- '가이드' 부품 하나에 세계가 동분서주 -- 공작기계∙산업로봇∙반도체,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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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테고리스마트카/ 항공·우주/ 부품
- 기사일자 2018.7.5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8-07-11 16:13:52
- 조회수565
'가이드' 부품 하나에 세계가 동분서주
공작기계∙산업용로봇∙반도체, 쟁탈전 격화/ 생산 중단, 부품은 1년 대기
사상초유의 사태라고 할 수 있는 수주 급증으로 인해 공작기계 업계에서는 심각한 부재 조달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족한 것은 기계의 직선적인 움직임을 지탱하는 ‘가이드 제품’이다. 급격한 수요 증가로 인해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재고도 바닥을 드러냈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는 의미에서 ‘마더 머신’이라고도 불리는 공작기계의 공급이 정체되면 세계 경제에 생각지도 못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6월 상순, 공작기계업체인 시티즌머시너리의 카루이자와 본사 1층에는 조립 중인 공작기계가 즐비하게 서 있었다. 자동차 부품 제조용의 소형 선반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시티즌머시너리도 수주가 급증하고 있다.
주문 폭주에 웃음이 끊이지 않아야 하지만 나카시마(中島) 사장의 얼굴은 어둡다. 중요한 가이드 부품이 약속대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이 오지 않으면 준비한 공정이 놀게 된다. 4월 생산 과정은 험난했다”라고 한탄한다.
가이드 조달이 위기에 빠진 것은 17년 말이다. “지금도 가이드 제품은 1년을 기다려야 한다”라고 JTEKT공작기계 메카트로사업본부 가토(加藤) 부장은 말한다. 어느 기계부품업체의 간부는 “증산 때문에 지금부터 설비를 부탁해도 1년 이상 걸린다”라고 말한다.
가이드는 금속제 레일과 레일 위를 움직이는 유닛 부품으로 구성된다. 유닛 부품과 레일 사이를 쇠구슬 등이 순환하면서 마찰 저항을 줄이는 ‘직동안내기구’. 미크론 단위로 금속을 절삭하는 공작기계의 주축이나 테이블을 수직으로 또는 부드럽게 움직인다. 1972년, THK가 ‘LM가이드’로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품화하였다.
전기기계 업계에서 사용된 것을 계기로 공작기계로도 보급이 본격화되어 현재는 산업용 로봇이나 액정제조장치, 의료용 기기부터 어뮤즈먼트 기기까지 다양한 기계에 불가결한 기구 부품이 되었다.
-- 일본 ‘단연 톱’ --
단순한 부품이라고 무시할 수 없다. 기계의 수직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가이드 제품은 일본 업체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THK. 그리고 일본톰슨과 일본정공(日本精工)이 뒤를 잇고 있다. 수요 확대로 세계 최대 기업인 THK의 업적은 급증하고 있다. 17년 12월기의 연결순이익은 257억엔. 18년 2월기의 연결순이익(341억엔)은 리먼쇼크 때인 10년 전의 28배에 달한다.
그러나 내부 사정은 반드시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오랫동안 100억엔대로 추이했던 수준 잔고가 18년 1월~3월기는 700억엔을 돌파하는 높은 수준에서 추이하고 있다. 생산 능력을 크게 상회하는 수주가 급증하면서 생산이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일본공작기계공업회는 17년의 공작기기 수주액을 당초에 전년 대비 8% 증가한 1조 3,500억엔으로 전망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31.6% 증가한 1조 6,455억엔으로 10년 만에 과거 최고를 경신하였다. 18년 초에는 이를 더욱 상회하는 1조 7,000억엔을 전망했다. 그러나 1월~5월의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하였다. 높게 예상한 전망을 더욱 상회하였다.
-- 공전의 활황 --
“중국 기업이 최근에 억제하고 있던 설비 투자를 한번에 늘렸다” “자동차의 트랜스미션 관련해서 큰 투자가 있었다” “일본에서 설비가 경신되고 있다”. 업계 내에서 돌고 있는 경기 호조에 대한 요인은 다양하지만 여러 요인이 집중되면서 공전의 활황으로 이어졌다.
쟁탈전도 열기를 띠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에 따르면 17년의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16년 대비 22% 증가한 4,122억 달러로 반도체도 과거 최고를 경신하였다. 가이드 제품을 다용하는 반도체 제조장치나 산업용 로봇용 투자도 증가 일로를 걷고 있다. 세계의 유명 기기업체가 작은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고 심지어 서로 쟁탈하는 구도가 이미 정착되었다.
공작기계나 반도체 제조장치의 정밀한 위치 결정에 사용되는 부품에는 모터의 회전 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꾸는 ‘볼스크류’도 있다. 볼스크류는 대체품도 있지만 가이드 제품은 간단히 대체할 수 없다. “1.5배 지불하면 납기를 단축할 수 있다”. 이런 교섭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단순한 기회 손실이 아닌 악영향도 나오기 시작했다. 도시바기계의 공작기계 사업은 18년 3월기에 11억엔의 영업 적자에 빠졌다 결산회견에서 수익에 악영향을 미친 요인으로서 여러 번 지적된 것이 가이드 제품 등 ‘기간부품 조달의 납입 기한의 장기화’였다. 생산 지연으로 인해 생각대로 매출이 오르지 않고 부품 가격이 상승되면서 채산이 악화된 것이 결정타였다고 한다.
증산이라는 이름 하에서 주저할 수 밖에 없는 공통된 사정이 공급과 수요의 쌍방에 있다. 가이드제품을 생산하는 어느 업체는 “고객인 기계업체가 과잉 발주하는 측면도 있다”라고 경계한다. 생산의 버틀넥을 우려하여 고객이 과잉 발주하면서 수급 밸런스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수요 측면의 공작기계 업체가 우려하는 것도 대량의 수주 취소다. 미쓰비시중공공작기계의 이와사키(岩崎) 사장은 “다른 업계와 달리 공작기계는 수주 잔고가 적은 편이 좋다”라고 말한다. 경기 변동으로 심하게 변동하는 수주인 만큼 높은 수준의 수주 재고도 액면 그대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심해지는 딜레마는 해소될 수 있을까? “고개는 넘었다고 생각된다”(기계업체의 관계자)라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 “반도체 제조장치의 수요가 계속되는 한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시티즌머시너리)라는 견해도 있다.
“부재 부족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고 일본공작기계공업회의 이이무라(飯村) 회장은 경종을 울린다. 단 하나의 부품을 둘러싼 쟁탈전은 과열되고만 있다. 공작기계, 가이드제품과 같은 생산재는 일본의 제조업체의 특기다. 이를 진원으로 하는 공급문제가 장기화되면 일본의 경쟁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