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결되는 세계, 뒤집어지는 상식 (1) : 초 정보사회가 장벽을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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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8.4.23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Writerhjtic
- Date2018-04-29 19:33:22
- Pageview589
판게아의 문; 연결되는 세계 -- 뒤집어지는 상식 (1)
초 정보사회가 장벽을 무너뜨린다
누구나가 승자로
▶판게아(Pangea): 이전 지구 상의 주요 대륙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학설에서 제안된 초 대륙의 명칭으로 ‘모든 육지’라는 의미.
날씨에서 사람들의 감정까지 컨트롤해 질병과 범죄, 고민 등 모든 것을 처리해주는 초(超)안전사회의 실현---. 1990년대에 베스트셀러였던 미국 SF 소설 ‘기억 전달자(The Giver)’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다.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이 데이터화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이러한 미래는 더 이상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다.
-- 의학의 지식과 경험이 집결 --
2015년에 특수한 백혈병을 겨우 10분만에 발견한 IBM의 인공지능(AI) ‘왓슨’. 도쿄대학 의과학연구소는 이 왓슨에게 수천 만 건의 학술 논문을 학습시켜 난치병 치료에 조언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세계에서 일하는 의사의 수는 약 260만 명. 그들이 축적해온 광대한 지식과 경험을 언제 어디에서든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가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IT의 진화는 국경과 거리의 장벽뿐만이 아닌, 시간적인 장벽도 무너뜨리고 있다. 상품을 주문한 순간, 그 즉시 상품이 자택에 배달된다. 이것은 아마존닷컴이 미래에 계획하고 있는 궁극의 서비스이다. 아마존닷컴은 이러한 ‘예측 발송’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특허를 취득. 전세계 3억 명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용자의 주문 기록 등을 AI로 분석해 앞으로 주문될 제품을 예측해 사전에 발송하는 기술을 추진하고 있다.
구텐베르크 이래 경험해온 정보 혁명은 다양한 장벽을 무너뜨려왔다. 인쇄 기술은 특권 계층에 한정되어 있던 지식과 사상을 대중에게 개방했고, 교회를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낡은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20세기 이후에도 위성 방송과 인터넷 등의 보급은 동서독의 장벽을 무너뜨렸고, 아시아와 중동 등의 독재 정권 지배를 흔들고 있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IoT로 인해, 끝도 없이 증가하는 전세계의 데이터들이 모이면서 이것을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AI가 남겨진 장벽을 잇따라 무너뜨릴 것이다. 이와 같은 디지털화로 가능해진 새로운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으로 인해 우리들은 지금 초정보사회라는 새로운 사회의 문 앞에 서있는 것이다.
-- 민주화를 봉쇄 --
이 새로운 사회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순식간에 세계의 선두에 설 수 있다. 셰어 오피스 사업을 세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미국의 WeWork.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다양한 업무 방식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비어 있는 사무실을 유효하게 활용하고 싶은 기업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창업 8년 만에 전세계 65개 도시로 거점을 확대. 기업 가치는 이미 2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알려져 있다.
인류는 거리나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지구 상의 모든 현상들을 수집하고 미래도 예언할 수 있는 ‘수정 구슬’을 손에 넣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수정 구슬은 잘못 사용하면 위험한 흉기로도 변할 수 있다. 중국은 거리의 방범 카메라 영상 및 스마트폰 접속 정보 등을 통해 14억 명의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래의 민주화 움직임을 봉쇄해 초권력국가를 실현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자국에게 유리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러시아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당국에 따르면 인터넷 상에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 SNS 등에 침입, 가짜 정보 등을 인터넷에 유통시켜 유권자의 투표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외국 정부가 한 나라의 지도자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것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세계를 풍요롭게 해준 산업혁명도 빈곤과 공해 등 사회 문제를 극복하며 추진되어 왔다. 초 정보사회의 도래에도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앞에서 말한 소설 ‘기억 전달자’에서는 사람들에게 희로애락이 사라지게 되면서 무미건조해진 사회에 대해 의문을 가진 주인공이 용감하게 활약하며 인간성을 되찾는다. 과연 눈 앞으로 다가온 초 정보사회를 풍요로운 사회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를 세계가 함께 고민해나가야 할 것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