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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캄브리아기 (Cambrian) -- ‘디지털의 눈’은 산업 및 사회 크게 바꾼다
  • Category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8.2.28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6면
  • Writerhjtic
  • Date2018-03-06 17:44:06
  • Pageview744

Deep Insight
디지털 캄브리아기 (Cambrian Period)
디지털의 눈’은 산업 및 사회를 크게 바꾼다

최근 미국의 유행어에 grab and go(집어서 나가다)가 있다고 한다. 미국 아마존닷컴이 1월부터 개업한 식품 슈퍼 ‘아마존 고(Amazon Go)’를 뜻하는 말이다.

아마존 고 내부에는 계산대가 없다. 대신 도시락 모양의 130개 카메라, 즉, ‘눈’이 천정에 설치되어 있다. 이 눈은 가로와 세로, 대각선에서 항상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사는 것과 다시 돌려놓은 것을 정확하게 판별, 요금은 스마트폰을 통해 결제 처리된다. 내점객은 처음에는 위화감을 느낀다고 하지만 금방 익숙해지게 될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과의 발상의 차이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로손 등이 새로운 결제 방법에 대한 실증 실험을 하고 있다. 일본 기업은 아마존과 비슷한 영상 인식 기술을 사용하지만, 궁극적 목표를 무인 계산대, 즉 ‘성인화(省人化)’에 두고 있다. 한편, 아마존은 성인화를 뛰어넘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전략의 좋고 나쁨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존은 미국에서 개업한 이 아마존 고 시스템을 전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이와 같은 새로운 경험은 전자 서적과 같이 사람들이 잠재적으로 원하고 있던 것을 정확히 집어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일본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편의점도 아마존의 ‘먹이’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아마존이 주목하는 ‘눈’이라는 개념은 중요하다. 생물의 역사 상 가장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 것은 사실 눈이었기 때문이다. ‘캄브리아 폭발’이란 말이 있다. 지금부터 5억년 전의 캄브리아기를 기점으로 ‘문(門)’ 등 생물의 속성이 극적으로 늘어났다라는 설이다. 사실은 캄브리아 이전부터 생물은 다양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최근에 밝혀졌다. 하지만 캄브리아기는 생물 역사상 가장 큰 전환기였다고 할 수 있다.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광이 늘어 생물이 눈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생물학자, 파커의 저서 ‘눈의 탄생’에 따르면, 캄브리아기에 늘어난 것은 화석이다. 눈을 갖게 된 생물은 눈이 없는 생물을 포식하기 시작했다. 먹이가 된 생물은 자신들도 눈을 가지려고 하는 한편, 잘 먹을 수 없는 ‘단단한 껍질’을 몸에 두르게 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캄브리아기라는 것은 말하자면 약육강식이 가속화된 시기였던 것이다.

아마존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눈을 갖게 된 아마존은 인터넷뿐만 아니라 ‘나머지90%의 경제’라고 불리는 오프라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아마존이 추진하는 산업의 Disruption(파괴)이라는 이름의 포식은 지금까지보다도 한 층 더 넓고, 깊게 진행해나갈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후세에 ‘디지털 캄브리아기’라고 불리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눈’을 의식하는 것은 아마존뿐일까? 중국의 Cambricon(寒武紀科技)이라고 하는 신흥 기업이 있다. 캄브리콘(寒武紀)은 중국어로 캄브리아기이다. 중국과학원 출신의 과학자가 설립한 캄브리콘은, 중국 정부계 펀드와 알리바바그룹이 대주주이다.

캄브리콘이 개발하는 것은 영상을 인식하고 판별하는 인공지능(AI)용 프로세서이다. 현재 세계 최대 AI용 프로세서업체는 미국의 엔비디아이지만, 중국의 목적은 ‘자국에도 엔비디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알리바바 외에도 바이두(百度)와 징동(京東)그룹도 ‘자율주행’ ‘컴퓨터 비전’ 등 눈에 관련된 신흥 기업을 잇따라 산하로 인수. 감시 및 군사적 이용을 위한 국가 정책들도 눈을 중시하고 있다. 빅데이터가 풍부한 중국이 2035년까지 ‘모든 경제∙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는다’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디지털 캄브리아기의 스타트 지점은 미국과 중국이 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인가? 생물학 전문으로 ‘약자의 전략’이란 책을 쓴 이나가키(稻垣) 교수와 시즈오카(靜岡) 교수는 “넘버 원의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있지 않으면 영원히 살아남을 수는 없다. 즉, 미국 및 중국과 같은 무대가 아닌, 조금 떨어진 틈새 시장, 확실히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을 탐색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잡초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밟히면 밟힐수록 강해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잡초가 가진 강한 힘의 비밀은 그 씨앗에 있다. 잡초는 기온과 강수량 등 모든 환경 변화를 상정해 하나 하나의 씨앗에 각기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 즉, 몇 백, 몇 천이라고 하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씨앗들을 공중에 뿌리는 것은 ‘이 중 하나는 어딘가에서 확실하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고 한다.

산업분야에서 일본은 전자기기, 자동차, 공작기계 등 ‘하드웨어’라고 하는 씨앗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없는 시장은 전세계에 얼마든지 있어 그곳을 찾아낸다면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Roland Berger 일본법인의 나가시마(長島) 사장은 “요즘엔 빅데이터가 최고의 미덕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세계에는 미디엄 데이터, 스몰 데이터로 충분한 산업이 모든 산업 중 절반은 있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식재료 업체의 자동화에 이용되는 로봇은 영상 데이터를 수 십장 학습시키면 사람과 같은 수준이거나 그 이상의 일을 해낼 수 있다. 정밀한 제품 검사에서도 수 만 장의 데이터를 통해 로봇이 해낼 수 있다고 한다.

Grab and go의 아마존은 현재, 눈을 이용해 창고의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난항을 겪는 것은 창고에서 상품을 집는(grab) 로봇 기술이라고 한다. 일본은 그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많다. 일본에 요구되고 있는 것은 역시 중국과 미국이 넘볼 수 없는 시장을 구축하는 것. 현명하게 살아남는 약자의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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