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치료 백서 : 제 3부 방사선의 재발견 (3) -- 움직이는 표적, 양자로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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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바이오/ 농생명/ 의료·헬스케어
- 기사일자 2017.12.20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3면
- Writerhjtic
- Date2017-12-27 13:40:50
- Pageview1107
암 치료 해체 백서; 제 3부 방사선의 재발견 (3)
움직이는 표적, 양자로 제거
홋카이도대학과 히타치, 기술 협력
삿포로역에서 북쪽으로 도보 15분. 홋카이도대학병원의 입원병동 옆에 세련된 벽돌 색 건물이 보인다. 2014년 오픈한 ‘홋카이도대학병원 양자선 치료센터’이다. 여기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것이 최신 양자선 치료. 장기 내부의 암의 위치를 파악하고 양자선을 이용해 핀포인트로 조사하는 치료 방법이다. 가까운 미래에 암 의료의 표준 치료법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 방사선 치료기만큼 이 말이 딱 들어맞는 것도 없을 것이다. 분명히 방사선 치료기는 위력이 있다. 하지만 이 위력이 지나쳐 암 주변의 건강한 세포까지 손상시켜버린다. 홋카이도대학병원 양자선 치료센터에서 추진되고 있는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치료의 딜레마 해결할 수 있을지도 --
지금까지 방사선 치료 전문가들을 힘들게 한 것은 사람의 장기가 계속 움직인다는 점이다. 환자에게 호흡을 일단 멈추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치료 대상인 암이 장기의 움직임으로 인해 미세하게 움직여 그 만큼 조사 범위에서 벗어나 주변의 정상적인 장기가 ‘피폭’되는 문제가 일정 확률로 발생되어 왔다.
‘이대로라면 치료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일본에서 제일 처음 양사선 치료를 시작한 홋카이도대학원 의학연구원의 시라쓰치(白土) 교수는 이렇게 생각했다. 1997년, 그는 동체추적조사(動體追跡照射)기술 개발을 통해 문부과학성의 연구비를 획득한 것을 계기로 미쓰비시덴키(三菱電機)와 제휴해 X선 조사(照射)를 통한 동체추적조사기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1998년에는 X선을 이용한 의료기기에 도입하는 것이 목표였다.
-- 금 표시로 위치 특정 --
그의 동체추적조사기술에서 획기적인 것은 금 표시이다. 암의 바로 옆에 2mm의 금 가루를 주입. 금가루의 움직임을 통해 암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금 표시가 암과 어느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것인지는 CT를 이용해 미리 파악해놓는다.
치료가 시작되면 이번엔 X선 투시 장치가 나설 차례이다. 두 방향에서 금 표시를 촬영. 금 표시의 위치로부터 0.03초 단위로 암의 위치를 3차원화해 산출. 목표로 한 암이 사전에 설정된 4mm의 타깃 존에 진입한 순간 치료용 방사선으로 암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조사 정밀도가 높기 때문에 호흡에 의해 암의 위치가 변하더라도 정상 조직을 손상시킬 확률은 현저하게 낮아진다. 정상 조직에 닿는 오류성 방사선 양도 2분의 1에서 4분의 1까지 감소했다.
기대를 모았던 이 동체추적 X선 조사는 1999년 약사심의회의 승인을 얻어 실제 치료 현장에 도입되었다. 그러나 직경 5cm 이상의 암의 경우 부작용이 컸다. “양자선과 조합할 수만 있다면…”. 시라쓰치 교수는 당시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시라쓰치 교수가 말하는 양자선이란 수소 원자에서 전자를 제거한 양자선을 말한다. 양자선 치료는 양자를 가속화해 빠른 속도로 병의 부위(병변)에 조사해 병소(病巢)를 공격하는 것이다.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입자선에는 수소 원자핵의 흐름을 이용하는 중입자선, 전자(베타)선, 감마선에 X선이 있지만, 시라쓰치 교수는 그 중에서도 양자선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것은 왜일까? 일반적으로 방사선 치료에는 X선을 이용한다. X선은 몸 속에 침투해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 경로에 암이 있다면 암은 소멸되거나 위력이 약해질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이다. X선은 암을 파괴한 이후에도 큰 에너지를 가지고 계속 나아간다. 에너지는 줄어들지만, 약해지는 정도가 아주 느리다. 그 결과, 암의 전후방에 있는 정상 조직도 파괴해버리는 것이다.
-- 암을 파괴한 후엔 에너지 잃어 --
하지만 양자선은 다르다. 몸 속에 침투해 일정 깊이에 도달한 시점에서 에너지가 최대화되고 이후 바로 에너지를 잃게 된다. 표적인 암을 공격한 후에는 움직임이 멈추기 때문에 암세포 뒤의 정상 조직을 방사선으로 손상시킬 확률이 낮다. 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가 가능해 ”치료 효과는 크게 유지되면서 부작용은 작다는 이산적인 방사선 치료”(시라쓰치 교수)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시라쓰치 교수는 양자선에 기대를 걸었고, 그 기술을 개발한 곳이 히타치제작소였다. ‘스팟 스캐닝 조사 기술’은 히타치가 처음으로 임상기계로써 판매를 시작해 암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텍사스대학 MD앤더슨암센터에서 실용화된 기술이다.
지금까지 양자선을 이용한 치료의 경우, 환부의 형태를 그대로 도려낸 금형과 같은 ‘콜리메터(Collimator)’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직경 1cm정도의 양자선은 특정 물질을 투과함으로써 입자가 확산되어 빛이 넓게 퍼지기 때문에 양자선 치료는 환부의 형태로 도려낸 콜리메터를 이용해 원하는 부위에 초점을 맞춰 양자선을 조사한다.
하지만 이 치료 방법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이러한 방법은 양자선을 확산시킬 때 양자의 양이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양자가 확산하기 위해서는 양자를 어느 물질에 투과시켜야 할 필요가 있지만, 이 때 “60% 전후의 양자 입자가 줄어든다”(히타치 입자선치료시스템 본부 우메자와 기술자). 가지고 있는 양자를 다 쓰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양자선이 주위로 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일정 양의 양자선이 암에 도달하기 바로 앞 지점을 조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방법에서는 양자선을 확산시키기 위해 특정 물질을 투과하도록 하지만, 이 때 양자선의 속도가 하락한다.
하지만 스팟 스캐닝의 경우는 다르다. 따로 구분한 암 하나 하나를 양자선으로 직접 조사해 파괴한다. 금형과 같은 콜리메터를 투과하지 않는 만큼 가속화된 양자선이 분산될 우려가 없다.
원형 가속기도 기존보다 소형화할 수 있게 되었다. 최대 에너지를 낮출 수 있어 시설의 콘크리트 벽 두께를 줄이는 것에도 성공했다. “원형 가속기의 건물을 소형화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만큼 진료 및 방사선 양 계산 등을 위한 공간을 만들 수 있어, 한정된 면적을 유효하게 이용할 수 있다”라고 시라쓰치 교수는 말한다.
홋카이도대학∙히타치의 암 양자선 치료
미국에도 도입, 세계 표준의 길 열려
홋카이도대학과 히타치제작소를 맺어준 것은 과학기술연구를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제도인 ‘최첨단 연구개발지원 프로그램’이다. 2009년에 공모가 시작되어 2010년에 과학 기술의 미래를 책임질 ‘중심 연구자 및 연구 과제’가 선택. 시라쓰치 교수의 ‘지속적 발전을 전망한 ‘분자추적 방사선치료’의 발견’도 채택되었다.
-- 세계적 병원에 도입 --
홋카이도대학과 히타치의 연구를 통해 탄생한 양자선 치료장치는 세계적으로도 최첨단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인 메이오 클리닉에 도입되었고, 올 7월에는 역시 세계 최고인 존홉킨스 메디슨 산하의 시블리 메모리얼 병원으로의 도입도 결정되었다.
시블리 메모리얼 병원은 전세계의 방사선 치료 전문들이 가지고 있는 교과서를 집필한 전문가가 이끌고 있는 곳으로, 이곳에 도입된다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 그것은 홋카이도대학∙히타치 방식의 양자선 치료 장치가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의약품을 시작으로 일본의 선진 의료 기술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평가를 받은 후에 고액의 지적 재산 사용료를 지급하고 일본으로 역 수입되고 있는 상황들을 생각해보면 홋카이도대학∙히타치 기술의 세계 표준화는 일본 의학 연구에 있어 그 의의가 크다. 이 장치는 싱가포르와 홍콩의 암 센터, 국내에서는 교토부립의대(京都府立醫大)로의 도입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데는 시련도 많았다. X선으로 가능한 것이 양자선으로 안 될 이유가 없다”. 연구를 시작할 당시 시라쓰치 교수는 낙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양자선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가속화시킬 필요가 있지만, 동체추적장치에서의 조사 가능 신호와 양자선 발생을 동기화(Synchronization)하기까지 힘들었다. 사전에 미리 계산할 경우 “충분한 방사선 양 조사에 8시간이 걸렸다”라고 한다
이 문제를 홋카이도대학원 공학연구원의 우메가키(梅垣) 교수, 마쓰즈(松津) 조교수, 병원의학물리사의 미야모토(宮本) 조교 팀과 히타치가 공동으로 해결했다. 종합 대학의 진가가 발휘된 사례이다.
하지만 최대 문제는 결과이다. 양자선은 치료 성과에서 정말로 X선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인가? 항암제 임상시험에서는 표준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치료약과 시험약을 사용하는 스탭과 환자에게 비공개로 하는 이중맹검법을 통해 비교해 생존 기간의 연장 효과에 대한 유무를 검토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완치를 목표로 하는 방사선 치료에서는 이와 같은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 생존 기간을 비교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10년을 기다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법과 기존의 방법의 우열을 가리는데 10년이나 걸리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 X선 VS 양자선 --
일본방사선종양학회는 현재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X선 치료와 양자선 치료의 성과를 등록하는 데이터 베이스 제작에 착수했다. 이 데이터를 정상 조직 피해 발생 확률을 지표로 비교에 이용함으로써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행하지 않아도 X선과 양자선의 우열을 가릴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다. “”양자선과 X선의 대결에서 승패가 결정 나면 그 다음 과제는 동체추적조사가 정말로 우수한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라고 시라쓰치 교수는 말한다.
해외에서는 양자선 치료의 효과가 인정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의료 보험이 적용되는 암 종류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고, 한국에서도 유방암과 전립선암 이외는 보험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아직도 선진의료에서 국한성 소아종양을 제외하고 환자가 치료비의 대부분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홋카이도대학의 경우, 280만엔 정도의 금액을 환자가 부담하고 있다.
선진의료는 표준 치료보다 앞서고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표준 치료까지 도달하지 못한 실험적인 의료를 말한다. 일본의 양자선 치료는 자동차에서 말하는 임시 면허 단계인 것이다. 하지만 소형화와 비용 절감이 추진된다면 방사선 치료의 핵심이 될 기술이 될 것임에는 틀림 없다.
“지금 바로 X선이 양자선으로 대체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3cm이하의 작은 암이나 환부와 소화기관 등이 너무 가까이 있어 양자선의 장점이 발휘되지 못하는 암의 대부분은 X선을 이용해야 한다”라고 시라쓰치 교수는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선의 영역에서 양자선 치료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은 높다. 이미 많은 국한성 소아암에 최초로 양자선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확도가 높고 암의 병소에 양자선을 조사할 수 있어 정상 조직의 피폭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의 방사선 치료는 정상 조직의 피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사선 양을 계산해 조사 계획을 세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 조직에 방사선이 닿아 수 십 년 안에 새로운 암이 발병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러한 2차 발암은 소아 및 이삼십 대의 성인 암의 X선 치료에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동체추적조사와 스팟 스캐닝을 융합한 홋카이도∙히타치 방식의 양자선 치료는 소아 및 이삼십 대 성인 암의 2차 발암을 해결하는데도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연재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