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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의 로봇 (4): 마이크로 크기의 의사가 몸 상태 살핀다 -- 공상의 세계
  • 카테고리AI/ 로봇·드론/ VR
  • 기사일자 2019.11.27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12-04 20:39:25
  • 조회수274

Disruption, 내 옆의 로봇 (4)
마이크로 크기의 의사가 몸 상태를 살핀다
공상의 세계가 현실로

뇌출혈을 일으킨 과학자를 구하기 위해 실력이 탁월한 의료 팀을 미세한 크기로 극소화시켜 몸 안으로 들어가 치료하게 한다---. 1966년에 제작한 미국 SF영화 ‘마이크로의 결사권(決死圈)’에서 그려진 공상의 세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자오 조교수 연구 팀은 8월에 뇌혈관을 틀어막은 혈전을 없애기 위해 응용할 수 있는 뱀형 극소 로봇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에서 심장병에 이어 사망원인의 2위를 차지하는 뇌졸중 치료의 목적으로, 막히거나 돌기가 생긴 혈관의 환부까지 최단 시간에 도달한다. 생존 및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치료의 ‘골든 타임’에서의 활약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실 로봇(Robo-Thread)’이 혈관을 통과, ‘골든 타임’ 안에 환부로 이동
MIT의 ‘실 로봇’이 직경 수 mm의 의사(擬似)동맥 안을 기어가듯 나아간다. 3D프린터로 만든 실은 직경 0.5mm, 길이 수 십 cm. 뱀처럼 자유자재로 구부리며 똑바로 서는 것도 가능하다. 부드러운 움직임은 마치 마법으로 조작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연구원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석으로 실을 조작하고 있다.

“첫 코너, 회전합니다”. 실리콘 재질의 의사(擬似) 혈관의 바깥 쪽에 연구원인 김 씨가 자석을 가까이 가져가자, 내부의 실 로봇이 형태를 바꿔가며 재빠르게 의사 혈관을 통과했다. 90도 미만의 급 커브도 문제 없으며 의사 혈관의 내부를 상처내지 않고 매끄럽게 이동할 수 있다. 실 끝부분에 약을 장착해 환부에서 혈전을 녹이는 등의 처리를 시행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실의 재질은 니켈과 티탄의 합금으로 자석 성질을 갖고 있다. 같은 극은 밀어내고 다른 극은 달라붙는 자석의 원리를 이용해 환자의 몸 밖에서 자기력으로 실을 조작하는 설계이다. MIT의 자오 교수와 김 씨 등이 2017년부터 연구해 왔다.

실 로봇은 치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뇌에 영양과 산소를 운반하는 동맥이 막히거나 파열되면 뇌의 신경세포가 괴사하게 되어 마비나 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을 초래한다. 목숨을 건지고 뇌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증상으로부터 6시간 이내의 ‘골든 타임’이라고 한다.

기존 수술은 허벅지 부분의 동맥에 관을 삽입해 목적지의 뇌 혈관까지 도달하게 했다. 허벅지에 관을 삽입하는 이유는 거의 구부리지 않고도 뇌까지 관을 관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목이나 가슴에 관을 삽입하면 보다 단시간에 뇌의 환부에 도달할 수 는 있으나, 혈관 안을 꿈틀거리며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혈관의 형태에 맞춰 뱀처럼 전진하는 실 로봇이라면 환부에 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다고 김 씨는 말한다. “원격 수술을 가능하게 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삽입한 실 로봇을 의사가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된다면 치료를 받게 될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료가 발달한 선진국의 도심이라면 맞출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골든 타임’을 지방이나 발전도상국의 환자에게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다.

실용화에는 “10년 정도가 걸릴 것이다”라고 자오 교수는 말한다. 이미 미국 의료계와 의견 교환을 여러 차례 주고받았으며 “환자나 의사가 강하게 염원하고 있는 기술이다”(자오 교수).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자기력을 제어하는 기계 및 혈관 안에서의 실 로봇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화상인식 시스템 등의 개발은 이제부터이며, 인체에 무해한 실의 대량 생산 기술의 확립도 필요하다.

■ 원동력은 인공 근육, 전기 불요
일본에서는 혈관을 누비며 검사나 진단, 치료까지 시행하는 미소 로봇(Micro robot)의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홋카이도(北海道)대학에서는 아메바와 같은 미소 로봇이 배양접시 위에서 꿈틀거린다. 로봇이라고 해도 전자부품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분자를 기계의 모양으로 조립한 ‘분자 로봇’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스미(角) 조교수가 만든 인공근육이다.

인공근육은 두께가 겨우 10분의 1mm 정도의 실로 만들어져 있다. 실의 정체는 생물의 세포 안에 있는 미소관(微小管)으로 불리는 원통형 단백질이다. 생체물질의 아데노신3인산(ATP)에 반응해 부풀어 오른 상태에서 40분의 1까지 줄어든다. 전기나 자기장과 같은 기존의 구동 에너지는 필요 없다.

분자 로봇은 단백질이나 DNA 등의 생체물질을 재료로 하며 주위의 환경에 따라 움직인다. 착상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과학지가 이중나선 구조를 가진 DNA의 형태를 바꿔 다양한 미세한 구조를 만드는 기술을 제창했다. 1980년~90년대에는 고리가 쇠사슬처럼 이어지거나 막대 모양의 분자에 고리를 거는 등의 구조까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로봇’으로 조립하는 발상은 2010년에 일본이 세계 최초로 내놓았다. 2016년에는 유럽과 미국의 3명의 연구자가 분자 로봇의 기초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분자를 사용한 미소(微小) 승강기 및 모터의 실현에 길을 열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몸의 생리적 현상을 모방해 분자 수준에서 그 기능을 기계적으로 재현).

문자 로봇이 보급된다면 질병의 검사나 진단, 치료의 현장은 달라지게 된다. 연구자가 생각하는 미래는 다음과 같다. 로봇이 극단적으로 작아지면 항상 몸 속에 넣어 놓는다. 평상시에 분자 로봇이 체내를 순회하며 몸의 이변을 돌본다. 약을 가지고 환부로 서둘러 가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치료를 한다. 질병의 검사나 치료는 평상시의 생활에서 언제부터인가 분자 로봇이 해결해 줌으로써 일부러 병원에 다니는 것은 과거의 얘기가 될 지도 모른다. 일상과 병원 안의 ‘비 일상’의 장벽을 허물어 버린다. 이것이야말로 로봇기술이 가져온 디스럽션(창조적 파괴)이다.

도쿄 공업대학의 고나가야(小長谷) 특임교수는 당뇨병 치료를 위한 활용을 목표로 한다. 당뇨병은 혈당치를 억제하는 호르몬의 인슐린이 잘 나오지 않게 된다. 고나가야 팀은 분자 로봇이 식후에 혈액 안에서 높아진 당분을 센서로 파악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마우스 실험을 추진하고 있으며 “5~10년 후에 나노 인공 근육을 실현한 뒤에 당뇨병의 치료에 사용하는 분자 로봇이 등장할 지도 모른다”라고 고나가야 교수는 말한다.

유럽과 미국 등 각국은 분자 로봇이 가진 잠재력에 주목해 연구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2012~2016년도에 문부과학성이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해 현재도 후속 계획이 진행 중이다.

잠재력의 한편, 보급으로의 커다란 과제는 안전성의 확보 및 사회의 합의 형태이다. 분자 로봇이 체내에서 나쁘게 작용하거나 너무 작아 병원균처럼 다른 사람에게 옮겨 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깊다. ‘‘마이크로의 결사권(決死圈)’은 반드시 공상의 세계만은 아니다. 분자 로봇은 변화하며 기술 개발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고나가야 팀은 분자 로봇의 기술에 관한 윤리 강령을 정리해 인체의 안전 및 환경으로의 영향에 대한 배려, 정보 관리의 필요성 등의 4항복을 포함시켰다.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재고할 방침이다.

-- 의료비 고액화와의 공생 --
MIT의 실 로봇이나 분자 로봇이 실용화된다면 의료 로봇의 역사에 새로운 발자국을 새기게 된다.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 (Intuitive Surgical) 사가 개발한 수술지원 로봇 ‘다빈치’의 보급으로 로봇 수술은 일반 환자에게 단숨에 친숙해졌다. 다빈치가 시장에 투입되었던 것은 20년 전이지만, 그 원류는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기관(현 SRI 인터내셔널)의 필립 그린 의사와 미국 육군의 외과의사인 존 바워삭스 씨가 원격으로 수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것이 다빈치의 원형이 되었다. 전장에서 부상한 병사를 의사가 원격으로 신속하게 치료하기 위한 군사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된 것이 1990년대였다.

새로운 로봇을 의료 현장에 도입한 것은 의료비의 고령화라는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 다빈치 가격은 1대당 약 2억엔으로 유지비도 든다, 일본에서는 보험이 적용되기 전에는 다빈치로 위암을 수술할 경우 100만엔 이상의 자기부담금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보험 적용으로 자기부담은 경감되었고 당초에는 전입선 암이나 신장 암으로 한정되어 있던 보험 적용 범위도 2018년에 위암과 폐암 등으로 확대되었다.

다빈치 이외에도 정교한 방사선 치료 및 척추 수술 등이 가능한 로봇이 잇따라 시장에 투입되고 있다. 조사회사인 Azoth Analytics에 따르면 수술 로봇의 시장 규모는 2019년부터 2024년에 걸쳐 세계에서 연간 약 10%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한편, 분자 로봇의 활용으로 질병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조기에 치료하면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환자와 의료 현장의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의료 로봇을 둘러싼 정부의 수용 체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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