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113년만에 빛 -- 미국 바이오젠과 에자이 공동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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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바이오/ 농생명/ 의료·헬스케어
- 기사일자 2019.12.16
- 신문사 일경산업신문
- 게재면 3면
- Writerhjtic
- Date2019-12-24 08:46:58
- Pageview352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113년만에 빛
바이오젠과 에자이 공동개발/ 미국 FDA에 신청, 과제는 약값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애듀카누맙(aducanumab)'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임상시험 결과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지 기능의 저하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지 113년이 지났다. 드디어 병을 극복할 수 있는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달 5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국제학회 ‘알츠하이머병 임상학회(CTAD)’에서 발표된 애듀카누맙의 임상시험 결과에 전세계의 연구자가 놀랐다.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인지 기능의 저하와 일상생활에서의 동작 기능의 저하를 모두 크게 억제하는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체중 1kg당 10mg이라는 고용량의 약제를 투여한 환자는 약제를 투여하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 인지 기능의 저하가 22% 억제되었다. 또한 생활 기능의 저하도 40% 억제할 수 있었다. 도쿄대학의 이와쓰보(岩坪) 교수는 “투여량에 의존해 효과가 나왔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라고 분석한다. 학회에 참가한 전문가들도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치료의 첫 걸음이 될지도 모른다”라고 평가했다.
-- 4승 146패의 역사 --
알츠하이머병은 뇌가 위축돼 인지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병이다. 기억이나 사고 능력이 서서히 저하되면서 최종적으로는 일상생활조차 곤란해진다. 인지증(치매) 환자는 18년 시점에서 전세계에 5천명 정도라고 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고령화에 따라 50년에는 1억 5,2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지증 중 60% 이상이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한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현시점에서는 인지 기능의 저하를 억제하는 약조차 없다. 애듀카누맙은 처음으로 인지 기능의 저하를 억제하는 것이 증명된 약제라는 의미에서 환자나 가족의 기대는 상당히 크다.
알츠하이머병은 1906년에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진행성 기억 저하나 망상 등의 증상을 일으키고 사망한 환자에 대해 독일 학회에서 발표한 것이 최초 보고였다. 그 후에 동일한 보고가 잇달아 발표됐고, 1910년에 정신의학 교과서에서 정식으로 알츠하이머병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그러나 당시는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뇌신경의 구조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들어서부터다.
뇌 내에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있고, 그 움직임이 인지 기능 등에 관계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뇌 내의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아세틸콜린을 늘림으로써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약제 ‘아리셉트(Aricept)’가 탄생. 96년에 에자이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약으로서 미국에서 승인을 취득했다. 그러나 아리셉트는 인지 기능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효과는 있기는 하지만 기능 저하를 방지하거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는 없었다.
제약회사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내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원인이라며 다양한 구조의 치료약을 개발했지만 결과는 참패. 미국 연구제약공업협회에 따르면 98년부터 17년까지 약 20년 동안에 제약회사들의 실적은 4승 146패다. 그 4승도 2000년의 ‘리바스티그민’, 01년의 ‘갈란타민’, 03년의 ‘메만틴’ 등 아리셉트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개선 효과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알츠하이머병에 의료보험이 연간 1,400억달러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환자 수의 증가로 50년에는 7배인 1조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츠하이머의 발증을 5년 억제하는 신약이 등장한다면 환자 수는 40% 감소, 연간 3,670억달러의 의료비 삭감 효과가 있다는 시산도 있을 정도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20년 초에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애듀카누맙의 신약 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르면 21년에 승인을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쓰보 교수는 “FDA가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어떻게 판단하는가가 문제다”라고 말한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인지기능의 저하를 20% 늦춘다는 것은 큰 치료 효과다. 가령 인지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 초기 단계나 병이 발증하기 전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발증 그 자체를 크게 늦출 가능성이 있다.
-- 이례적인 대역전 --
그러나 애듀카누맙은 인지 기능의 저하를 억제하지만 통상의 치료약과 달리 한번 악화된 인지 기능을 회복시키는 약제도 진행을 완전히 멈추는 약제도 아니다. 또한 임상시험에서는 2개의 임상시험을 추진했다. 그 중 한쪽 시험에서는 유용성을 나타내는 데이터를 증명할 수 있었지만 다른 하나의 시험에서는 주요 평가 항목을 달성하지 못했다.
투여량이 많은 일부 환자만을 보면 확실한 진행 억제 효과를 보였지만 모든 환자 수로 비교했을 경우는 임상시험의 설계 상, 통계학적인 의미를 나타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임상시험에는 없는 복잡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승인은 FDA에서도 사례가 없다. 어려운 판단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승인을 취득한 후에도 문제는 남는다. 약 가격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투여량이 많고 투여 기간이 길수록 인지 기능의 저하를 억제하는 효과가 인정된 결과였다. 애듀카누맙은 항체의약이라고 불리는 바이오 의약품으로, 제조 비용도 비싸고 약값도 비싸진다. 연간 치료비는 적어도 1,000만~2,000만엔 이상 든다.
미국에서는 민간 보험회사가 지불한 보험료에 따라서 환자가 사용하는 약제의 종류를 결정한다. 고가의 보험료를 지불하는 여유 있는 사람이라면 고가의 약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저소득자∙고령자용 보험으로는 어렵다. 효과가 있었던 경우만 보험회사가 약제비를 지불하는 ‘성공보수형’ 시스템도 있지만 어쨌든 “사용할 수 있는 환자의 수는 한정적이 될 수 밖에 없다”(이와쓰보 교수).
애듀카누맙은 올 3월에 임상시험을 감독하는 ‘독립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가 유효성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임상시험 중지가 결정됐다. 바이오젠은 다시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 3,285명 모두의 데이터를 재검토해 유효성을 증명. 통상의 임상시험에서는 뒤집는 경우가 없는 모니터링위원회의 판단을 뒤집는 이례적인 대역전으로 승인신청 단계까지 끌어 왔다.
환자나 가족의 요구, 그리고 방대한 사회보장비에 고민하는 정부의 치료약 요구를 생각하면 애듀카누맙을 FDA가 승인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승인 후에는 고가의 약값과 각국의 사회보장비와 어떻게 타협점을 찾을 것인가, 의학적∙사회적인 가치와 약값과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도 중요해진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