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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되는 세계 (1) : 사라지는 세계 경계, 되돌아갈 수 없어 -- 디지털 날개로
  •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8.1.1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8-01-08 22:25:35
  • 조회수716

판게아의 문, 연결되는 세계 (1)
사라지는 세계의 경계, 이젠 되돌아갈 수 없어
디지털의 날개로 자유로워진다

▶판게아: 어원인 그리스어로 ‘모든 육지’라는 의미. 현재의 대륙은 본래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는 20세기 초반에 제창된 학설을 기반으로 한 초 대륙의 명칭

소수의 대국들과 대기업들만이 세력을 떨쳐온 글로벌리제이션이 변화하고 있다. 작은 나라, 작은 기업, 그리고 개인들이 디지털이란 날개로 자유로워져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하나로 연결된 세계를 향한 문이 열렸다. 이젠 누구도 되돌아갈 수 없다.

-- 가상 국민 2.7만 명 --
이민에 대한 반감이 일고 있는 유럽에 ‘디지털 이민’을 모집하는 나라가 있다. 인구 130만의 에스토니아(Estonia). 해외에 사는 사람에게 자국민에 준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 이주자 제도를 실시, 현재 143개국, 2만 7,000명의 가상 국민이 있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여행업체를 운영하는 알투나이 씨(44)는 2017년 3월 가상 국민이 되었다. “에스토니아에 간단히 회사를 세워 유럽 전역에서 영업할 수 있는 면허를 갖게 되었다”라며 기뻐했다.

테러 빈발로 인한 여행객 수요 감소로 회사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알루나이 씨가 타개책으로 찾아낸 것이 에스토니아의 전자 이주자 제도였다. 신청은 인터넷으로 가능. 이름과 주소를 입력하고 여권을 복사해 업로드하면 된다. 수수료는 101.99유로(약 1만 3,700엔)로, 신용카드로 납부가 가능하다. 한달 정도 후에 받는 공적 개인인증기능이 구비된 IC칩이 삽입된 카드가 에스토니아 국민이 된 증거이다.

이 카드가 있으면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고, 회사도 설립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는 EU 가맹국으로, 국민이 된다면 5억 명의 시장에 사업을 전개할 발판을 갖게 된다. 전자 이주자의 회사는 현재 4,300개.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는 디지털 공간 활용으로 투자를 유치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새로운 성장의 기점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리제이션의 기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대항해 시대로부터 약 500년이 지났다. 무력으로 식민지를 넓혀나간 국가들이 주역인 시대, 시장과 노동력을 해외에서 확보한 기업들이 주도하는 시대를 거쳐온 21세기. 지금 무수한 개체들이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기 시작하고 있다.

스위스 북부의 추크(Zug)는 디지털 시대의 금융 도시이다. “우리들은 비트코인의 지지자이다”라고 추크의 뮈러 시장은 야심 차게 말했다. 국가가 가치를 보증하지 않는 가상 통화를 세계 최초로 납세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스위스가 이전 육성해온 것은 전세계 부호 층으로부터 자금을 맡아주는 프라이빗 뱅크. 자금 세탁 규제 강화로 은행 수는 10년간 30% 이상 줄었다. 금융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IT와의 융합을 추진하며 추크는 기업가들의 가상통화 기술을 이용한 자금조달(ICO, Initial Coin Offering)의 세계적 거점으로 부상. 12만명 거주민의 국적은 130개국 이상이다.

“지금 바로 자금을 모으고 싶다”. 스위스 금융업체 UBS의 전 간부로 추크의 ICO관계자들을 통솔하는 부스먼 씨는 매일 10개 가까운 회사로부터 이러한 문의를 받고 있다. ICO의 매력은 스피드이다. 네트워크에 제시한 사업 계획서가 평가 받는다면 세계의 투자자들로부터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시세 변동이 심한 가상통화를 사용하는 구조에는 리스크가 따라다니기 때문에 법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약의 발판을 필요로 하는 기업가들과 이익에 민감한 투자가들이 기존 구조에서 밀려들고 있다.

이노베이션은 국제화의 선도역할을 한다. 18세기 영국에서 개발된 증기 기관차는 대량 수송을 가능하게 해 세계의 거리를 좁혔다. 20세기 중반부터는 구미의 다국적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선진국의 기술과 제품을 전파했다.

-- 주도 역할의 교체 --
지금은 신흥국이나 생각지도 못한 나라에서 세계에 통용되는 참신한 제품 및 서비스가 탄생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시지 앱 ‘사라하(Sarha)’. 아라비아어로 ‘솔직’이라는 의미다. 자신의 메일주소를 SNS에 표시해놓으면 발신인 불명의 짧은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친구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진심을 알고 싶다”라는 수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작년 여름에 등장하자마자 미국과 베트남 등에서 다운로드 횟수 1위. 일본어버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다.

24억 명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데이터 통신량은 2020년에 2010년의 400배가 될 기세로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의 전파력으로 민박 중개업체 에어비앤비 등 새로운 유형의 공유 경제도 눈 깜짝할 사이에 전세계에 보급되었다.

강대국과 거대 기업들이 영향력을 확대해온 국제화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 미국 등의 보호주의와 배타주의에는 ‘가진 자’가 주도하는 세계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 떠오르고 있는 것은 국제화의 큰 흐름에서 낙후되었던 ‘가지지 못한 자들’이다. 이들이 디지털이 창출하는 행동력과 전파력을 통해 기존의 질서 및 틀을 다시 구축하고 있다.

‘판게아’라고 하는 하나로 이어진 세계로 가는 문. 그 앞에 있는 혼돈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글로벌리제이션이 눈에 보이고 있다.

인터넷으로 좁혀진 거리
전세계 거리를 극적으로 줄인 주역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전의 대항해 시대. 1492년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국에 도착하고 나서 세계의 거리는 좁혀졌다. 콜롬버스 시대에 세계의 거리를 좁혀준 것은 바다이고 범선이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1903년에 라이트 형제의 유인 비행기를 시작으로 무대는 하늘과 비행기로 옮겨졌다. 그리고 21세기. 전세계 사람들 간의 거리를 극적으로 좁히는 주역이 된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1960년대부터 군사 목적으로 전세계 컴퓨터 네트워크가 연결되면서 시작된 인터넷. 1990년에 상업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이 자유롭게 정보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전자 메일도 등장해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시간과 상관 없이 간단히 연락을 취할 수 있어 서로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1995년, 스탠포드대학의 페이지와 브린은 “세계의 정보를 정리해 전세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생각한 것이 구글의 시작이다. 이 둘은 웹 상에 있는 페이지의 중요성을 판단해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검색 엔진을 개발. 지금은 130조(兆) 개나 존재하는 페이지를 전세계 사람들이 한달 동안 1,000억 회 이상 검색한다. 이용자는 필요로 하는 정보를 1초 이내에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전화 통화를 뛰어넘어 개인 간 소통의 도구가 된 SNS. 하버드대학에 재학 중이던 주커버그가 2004년에 대학생 간의 SNS를 위해 세운 페이스북은 실명주의를 무너뜨리고 인터넷과 현실의 벽을 없앴다.

2006년에는 단문의 트윗를 공유하는 트위터가 탄생. 누구나 전세계 사람들을 향해 정보를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트위터는 월 3억 3,000만명, 페이스북은 월 20억 7,000만 명 등, 전세게 30%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컴퓨터 제조사였던 애플은 2007년, iPhone을 발매. 사람들은 컴퓨터 앞에 있지 않아도 이동하면서 정보를 주고 받게 되었다. 스마트폰이 SNS의 보급을 확대하고 사람들 간의 거리를 좁혀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개인이 연결됨에 따라 많은 이노베이션이 탄생하게 된다. 2009년에는 우버가 탄생. 스마트폰을 통해 자동차 이용자와 운전자를 연결시켜주는 이동 서비스가 생겨났다. 스마트폰에 표시된 2차원 바코드를 이용한 결제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높여주었다.

SNS으로 거리가 좁혀진 것을 세계가 실감하게 된 것이 2010년부터 일어난 중동∙북아메리카의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 튀니지에서 실업 중이던 젊은이들이 경찰관의 폭행을 받고, 이에 항의하기 위해 분신자살을 한 동영상이 페이스북을 통해 전세계로 퍼졌다. 이것은 튀니지의 장기 독재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고, 이와 같은 민주화 운동이 이집트 등 다른 나라에도 확대되었다.

한편, 국가를 초월한 글로벌리제이션의 원동력이 된 인터넷에 공권력을 행사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공권력을 피하기 위해 사용되어 온 기술에 대해서도 2017년부터 규제하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국가의 대립이 글로벌리제이션의 진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 같다.

 -- (2)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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