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이 일렉트로닉스 2026/07 요구사항 정의도 없고 인력도 부족했던 양자 클라우드 개발
Nikkei Electronics요약
닛케이 일렉트로닉스_2607호 (p82-85)
요구사항 정의도 없고 인력도 부족했던 양자 클라우드 개발
공개 1개월 전 합숙이 돌파구 열었다
순수 일본산 양자컴퓨터 개발 스토리 [제3회]
일본산 양자컴퓨터를 실현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조작하려면 다양한 관련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개발을 시작한 후 짧은 기간에 서비스를 공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리한 과제를 떠안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데스마치’를 방불케 하는 나날이 있었다.
양자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한 것은 오사카대학 양자정보·양자생명연구센터(QIQB)와 후지쓰의 엔지니어들이다. 당시에는 양자컴퓨터용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처음부터 개발해야 했다.
QIQB 특임연구원인 모리(森) 씨, 쓰카노(束野) 씨, 마스모토(桝本) 씨에게 일본산 양자컴퓨터 개발을 주도하는 이화학연구소(RIKEN) 구성원들로부터 협력 요청이 들어왔다. 2022년의 일이다. 이듬해인 2023년 3월 발표를 앞두고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오사카대에는 양자 연구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실적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협력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모리 씨는 양자 머신러닝을 연구하기 위해 2022년에 QIQB에 막 합류한 상태였다. 요청에 응하는 형태로 갑작스럽게 일본산 양자컴퓨터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소 난감한 의뢰였다.
-- “요구사항 정의서는 없습니까?” --
서비스 공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들어온 의뢰 내용은 단순한 것이었다.
“일단 클라우드를 통해 연결되기만 하면 됩니다. 트랜스파일러(양자비트 칩의 제약 등을 고려해 변환 처리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도 없어도 괜찮습니다.” “양자회로(프로그램)는 curl(명령줄에서 HTTP 통신을 수행하는 도구)로 전송할 수 있기만 하면 충분합니다.”
“저기… 요구사항 정의서는 없습니까?”
“없습니다. 일단 작동하게만 해주세요.”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수적인 요구사항 정의가 없다니. 막연한 의뢰에 모리 씨와 쓰카노 씨는 당황했다. 실제 장비로 실험하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실험장치를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서비스 관점에서 보면 우려되는 점들이 있었다.
“트랜스파일러가 없으면 이용자가 양자회로를 실행하기 어려워진다.” “curl을 전제로 하면 기껏 공개해도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뢰한 연구자들과 IT를 담당하는 모리 연구팀 사이에는 관점과 문화에 큰 차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지원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개발에 참여했던 모리 연구팀이었지만,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시작부터 험난했다.
개발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험난했다. 애초에 개발에 필요한 코드부터 양자 칩에 맞춰 직접 작성해야 했다. 게다가 Python과 같은 라이브러리조차 없는 상태였다.
개발 기간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모리 연구팀은 “최소한 이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한 기능과 요소를 서둘러 검토해 하나씩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트랜스파일러를 탑재하고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기능을 모아놓은 코드 집합)를 집어넣는 등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요한 요소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이 시스템의 이 부분은 이렇게 바꾸는 게 좋겠다.” “오류 원인이 이거 아닐까?”
에러의 원인을 찾고 작동하지 않는 장비와 씨름하며 작업하는 나날은 2023년 3월 일본산 양자컴퓨터 1호기 ‘에이(叡)’가 공개될 때까지 계속됐다.
-- 3호기를 위해 민간 경험자 영입 --
1호기가 공개됐다고 해서 일본산 양자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2023년 10월에는 일본산 양자컴퓨터 2호기(소프트웨어 개발은 후지쓰)가, 같은 해 연말에는 3호기(소프트웨어 개발은 QIQB)가 공개될 예정이었다. 게다가 이후의 ‘순수 일본산’ 양자컴퓨터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도 필요했다.
1호기에 탑재한 소프트웨어는 완전한 것이 아니어서 개선할 여지가 많았다. 이에 3호기 이후에는 더욱 폭넓은 소프트웨어를 추가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직무 관리와 스케줄링, 양자 프로그래밍의 변환·최적화, 캘리브레이션 등 광범위한 계층에 걸친 소프트웨어 스택(여러 소프트웨어를 계층적으로 쌓아 구성한 집합)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고민은 계속됐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개발을 담당할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이에 민간기업 등에서 경험을 쌓은,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채용하기로 했다.
참고로 모리 씨와 쓰카노 씨 역시 민간기업에서 오랫동안 기간계 시스템과 IT 시스템 개발을 담당한 경험이 있었다. 마스모토 씨도 QIQB에 합류하기 전에는 드왕고(Dwango)의 엔지니어로서 서버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는 등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양자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부족해. 같이 해보지 않을래?”
모리 연구팀은 다양한 엔지니어가 참여하는 커뮤니티와 술자리 등을 찾아다니며 전력이 될 만한 사람들에게 합류를 제안했다. 그렇게 새롭게 QIQB 특임연구원으로 합류한 인물이 미야나가(宮永) 씨와 미야지(宮地) 씨다. 두 사람 모두 대학 시절 양자 관련 연구를 한 경험이 있어 양자컴퓨터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민간기업에 취업해 엔지니어 경험을 쌓았다. 팀원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2023년 합류한 미야나가 씨는 초전도 양자비트의 캘리브레이션 소프트웨어와 양자 클라우드 시스템 개발을 담당했다. 2024년 합류한 미야지 씨는 양자컴퓨터의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관한 연구개발과 운영을 맡았다. QIQB는 인력을 늘리면서 3호기의 양자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예정대로 2023년 12월 공개에 성공했다.
-- Linux 방식으로 세계 패권 노린다 --
일본산 양자컴퓨터 개발은 3호기까지 진전됐고 양자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도 착실하게 발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전체의 개발 체제에는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었다. 1호기와 3호기용 소프트웨어는 각각 별개의 것으로, 양자회로와 클라우드를 연결하기 위해 오사카대가 빠른 속도로 개발한 것이었다. 반면 2023년 10월 공개된 2호기의 소프트웨어는 후지쓰 멤버들이 중심이 돼 개발했다. 비슷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도 서로 다른 팀이 각각 움직여온 셈이다.
후지쓰 양자연구소 엔지니어이자 개발 멤버 중 한 명인 고키타(五木田) 씨는 이 점을 문제로 봤다. 각 조직이 제각각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협력할 때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지금까지의 개발 성과를 발전·통합해 OSS(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형태로 기본 소프트웨어군을 공개하자는 방안이 떠올랐다. 양측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합해 공동연구를 원활하게 하는 동시에, OSS로 공개함으로써 양자 소프트웨어 개발의 진입장벽도 낮출 수 있다. Linux처럼 글로벌 표준이 된다면 전 세계 엔지니어들을 자신들의 커뮤니티로 끌어들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미래도 그려볼 수 있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미국 IBM이나 구글 같은 빅테크가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모두가 하나가 되어 힘을 모을 때다.” 고키타 씨의 이러한 생각이 OSS 프로젝트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 공개 1개월 전 합숙으로 막판 총력전 --
3호기 공개 이후인 2024년, QIQB와 후지쓰의 엔지니어들은 OSS 개발과 통합 테스트에 매달리고 있었다. 같은 해 9월에는 일부 기능을 알파 버전(개발 초기 단계의 시험판)으로 GitHub에 공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5년 3월로 예정된 OSS 정식 공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OSS 개발에는 다양한 멤버가 참여한다.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기회가 제한돼 있었고, 개발 효율이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논의와 개발에 멤버들의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이대로라면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 멤버가 말을 꺼냈다.
“이제 시간이 없어. 이대로는 답이 안 나와. 합숙이라도 해서 다 같이 모여 개발하지 않을래?”
2025년 2월. OSS 출시를 불과 1개월 앞둔 촉박한 시점에 유가와라의 한 료칸으로 오사카대 QIQB와 후지쓰,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SEC의 엔지니어 등 약 10명이 모였다. 개발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아 그룹 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지만, 막상 합숙에서 얼굴을 맞대고 작업을 시작하자 눈에 띄게 논의가 진전되기 시작했다. 통합 테스트도 기세를 타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어떻게든 제때 맞출 수 있을 것 같네.” “한숨 돌렸어.”
공개 직전 열린 식사 자리. 멤버들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목표 지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활기를 띠었고 웃음도 흘러나왔다.
-- 세계 최초의 대규모 양자 클라우드 OSS --
2025년 3월, 마침내 기본 소프트웨어군 ‘OQTOPUS’가 OSS로 정식 공개됐다. 양자컴퓨터 실행 환경 구축에서 클라우드 운영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 클라우드 서비스용 기본 소프트웨어군이었다.
양자 클라우드용 소프트웨어군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서버 측 실행 소프트웨어 등은 공개되지 않고 핵심 코드 대부분이 비공개다. OSS인 OQTOPUS는 이들과 차별화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국제학회에서도 관련 논문이 소개되는 등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OQTOPUS는 이후 2025년 여름에 공개된 ‘순수 일본산’ 양자컴퓨터에 채택되었다. 이 순수 일본산 양자컴퓨터에서는 그동안 해외에서 조달하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일본 내 양자기술 향상에도 일조했다. 그 이면에는 부품업체를 비롯한 공급업체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도전이 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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