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커버 표지
계측과 제어_Vol.62_레이저광을 이용한 수중 화학 모니터링 기술 개발
  • 저자 : 日経BP社
  • 발행일 : 20230610
  • 페이지수/크기 : 54page/28cm

요약

계측과 제어_Vol.62 2023.6 특집 (317~318)

FACE the future
레이저광을 이용한 수중 화학 모니터링 기술 개발

1. 계기
“바다는 달보다 훨씬 가깝지만 미지의 것이 더 많다”. 대학교 4학년 수업 중에서 들은 이 말이 필자의 연구 인생의 시작이었다. 심해는 물과 압력에 의해 빛이 차단된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탐사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는 말에 이끌려 졸업 연구의 주제를 선택했다.

필자가 연구실에 배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참여하게 된 첫 연구 항해에서 트럭만한 크기의 원격조종로봇을 바다에 투입해 깊이 1,000m나 되는 심해에서 연기를 내뿜는 해저열수광상과 그 주위로 몰려드는 새하얀 새우들, 빽빽하게 바위를 뒤덮은 조개 군집의 실시간 영상을 보았을 때에는 소름이 돋았다. 그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필자에게 연구의 원동력은 마음을 움직이는 ‘설렘’이다.

2. 학생 시절의 연구
학생 시절의 연구는 레이저 분광을 이용한 바닷속 현장의 암석 원소 분석 기술개발이 주제였다. 해저 암석은 지질 조사에서는 물론, 앞에서 언급한 열수광상과 같은 장소는 광물 자원으로서의 잠재력이 높아 암석 조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샘플링 분석이 필요하지만, 바다에서의 샘플링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우선, 배를 타고 샘플링 지점 해역까지 가서 해저에서 암석을 채취할 수 있는 샘플러와 ROV를 투입해야 한다. 이러한 장치 운용에는 많은 비용과 인력이 소요되며 동시에 배로 가져갈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넓은 조사 영역을 커버 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현장형 센서로 실시간 스크리닝 할 수 있게 된다면 샘플링하고 싶은 장소를 핀포인트로 추려내거나, 넓은 영역의 암석 조성을 세밀한 간격으로 나눠 조사할 수 있다. 이에, 레이저유기파괴분광분석(Laser-Induced Breakdown Spectroscopy, LIBS)라고 하는 강력한 레이저를 여기광(勵起光)으로 사용해서 타깃 안의 원소 유래 발광을 보는 방법을 응용해 현장의 원소 분석 센서를 만들어보자 라는 것이 프로젝트의 모티베이션이었다.

LIBS기술은 마찬가지로 샘플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는 양이 제한되어 있는 화성 탐사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원격 센싱과의 상성이 좋다. 하지만, 수중에서 원소 유래의 발광을 일으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정량의 정밀도도 낮다는 점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프로젝트를 추진해나가는 가운데 필자는 연구실 멤버뿐만 아니라 원소 발광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물리 연구자, 해저광물 연구자 등, 다방면에 걸친 연구자들과 대화하거나 함께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는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데 필사적이었다.

무엇보다 이 분야의 최첨단 연구를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신선했다. 하나하나의 과제들을 차례로 극복하고 드디어 장치를 심해에서 작동시켜 해저열수광상에서 금속 원소를 현장 검출하는 데 성공했었을 때의 기쁨은 너무도 컸다.

사실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명확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연구 과정에서 과제가 나오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을 반복해 기술을 향상시키는 프로세스가 재미있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연구자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3. 해외에서의 연구
박사 과정 수료 후에는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 등 부유 입자를 바닷속 현장에서 모니터링 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한 개의 레이저를 공통 광원으로 사용해 화상(畵像) 및 화학 분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공동 연구에서 고안해내었다.

홀로그래피(Holography)라는 화상 촬영법을 통해 수중 부유 입자의 대표격인 플랑크톤 분석이 이전보다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분자 발광 분석 방법인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을 동일한 셋업에 도입해 형태만으로는 판별이 어려운 미세 플라스틱 등도 판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금도 수중의 현장 모니터링 디바이스로써 개발되고 있지만, 라만 분광법에서는 원리적으로 수 백 입자를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 이 수 백 샘플링 조사에서도 하나의 큰 장벽으로, 입자를 포집하기 위한 그물망이 너무 작을 경우 금방 망이 막혀버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100  이상 크기의 그물망을 사용해 샘플링 조사를 한다.

필자는 라만 분광법을 더욱 진화시킨 CARS(Coherent Anti-Stokes Raman Scattering)라는 분석 방법이 생명의학 및 화학 분야에서 발전해 서브 미크론 규모에서의 세포 내 화합물 화학 맵핑 등에 응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분야를 이끌고 있는 영국의 사우샘프턴대학 연구실에 1년 간 체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사우샘프턴대학 연구팀은 암 등의 질병을 세포 레벨에서 초기에 검지하는 것을 주요 응용 분야로 하고 있는 가운데, 선진적인 포토닉스 기술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는 등, 광학 설계에서 응용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백그라운드를 가진 연구자들과 학생들이 적을 두고 있다.

연구팀은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인 필자를 환영해주었고 미세 플라스틱이나 입자의 관측에 최적의 조건과 셋업을 함께 검토해주었다. 사우샘프턴대학에서 특히 놀랐던 것은 각 연구실 간의 벽이 낮다는 것이었다. 각 연구실 내에 거실이나 실험실은 없으며, 학부 내 다른 그룹과 공유하는 오픈 연구 공간에서 교수나 학생 간의 교류와 연구에 대한 의견 교환 등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한, 사우샘프턴대학 주변에는 연계된 연구기관인 대학병원과 NOCS(National Oceanography Centre Southampton)이 있어 학부나 조직의 틀을 뛰어넘어 연구자 간에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필자의 담당 교수와 같은 연구실 멤버들은 필요에 따라 다른 그룹이나 조직의 연구자들을 필자에게 계속 소개시켜주며 분석의 지식과 노하우를 제공해주었다.

언제든 원하면 손쉽게 전문가와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 있으면서 필자는 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새로운 지식을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어 하며 연구 네트워크를 계속 확대해나갔다.

이후, 수 십 의 미세 플라스틱이나 플랑크톤을 해류 안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검출 및 구별하는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필자는 지금도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생물 내 미세 플라스틱 맴핑이라는 새로운 연구 테마에도 도전, 1년에 수 개월간 현지에 머무르며 영국과의 국제 공동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4. 맺음말
바다의 탐사 기술개발에서는 현장 관측이 중요한 타깃을 선별해 그 성질에 맞는 측정 방법을 찾거나 고안해 응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미지의 바다를 해명하는 발걸음으로 이어진다.

이 분야의 최첨단 연구자들과 협조해 새로운 지식을 배우면서 개발을 추진하고, 실제로 운용에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은 그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다.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지만, 앞으로도 센싱 기술을 구사해 조금이라도 유용한 정보를 얻어 해양 환경 파악에 기여해나가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

 -- 끝 --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