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경오토모티브_2022/12(2)_엔진 기술은 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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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kei Automotive_22.12 (p48-51)

엔진 기술은 사라지는가
부품업체, ‘신천지’를 찾아 모색

“이대로 가다가는 점차 상황이 나빠질 것이다. 엔진 기술이 사라지기 전에 어떻게든 ‘신천지’를 찾아야 한다”. 비장한 어조로 호소하는 이는 한 일본계 엔진 부품업체의 간부다.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와 전기자동차(EV)로의 시프트 등 역풍이 몰아치는 엔진 부품업계에서 생존을 위한 움직임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큰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2022년 7월 말이다. 리켄(Riken)과 Nippon Piston Ring(NPR)이 2023년까지 경영 통합하는 데 기본 합의했다고 밝혔다. 22년 11월 중의 최종 합의를 목표로 23년 4월에 공동지주회사 '리켄 NPR'을 설립할 예정이다.

양사는 모두 엔진의 피스톤링을 주력 제품으로 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다. 리켄의 주요 고객은 혼다이며, NPR은 도요타자동차에 많은 부품을 공급한다. 이번 통합으로 리켄 NPR은 피스톤링 시장의 세계 점유율이 30% 가까이 높아질 전망이다.

리켄의 사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 겸 최고집행책임자(COO)인 마에카와(前川) 씨는 예전부터 “엔진차의 피크는 2030년 전후일 것이다”라고 말해 왔다. 피크를 넘어도 엔진차가 당장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지금이 움직일 때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경영 통합을 통해 규모를 확보해, 경쟁 상대가 철수한 후 남은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 이익을 얻는 ‘잔존자 이익’을 노릴 수 있는 경쟁력과 체력을 유지해 나간다.

살아 남은자로 이익을 노리는 길은 ‘공격과 수비’에 비유하면 수비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키기만 해서는 첫머리에서 말한 것처럼 상황은 점차 악화된다. 이를 부품업체들은 피부로 느끼며 생존을 위한 공격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엔진 기술의 새로운 출구는 어디일까?

-- 수소 엔진에 EV용 모터 --
리켄이 신천지의 하나로 보고 대응하는 부문이 수소엔진 영역이다. '수소/신에너지 사업추진실'을 만들어, 니가타현의 가시와자키사업소에서 수소엔진 실제기기 평가를 22년 5월에 시작했다. “이미 국내외의 여러 업체로부터 시제품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리켄).

리켄은 수소엔진 외에 ‘신제품 개발부’에서 전파잡음(노이즈) 대책 부품과 수지 부품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가 밀리미터파 레이더나 ECU(전자제어유닛)용 수지 케이스이다. 알루미늄(Al) 합금제인 기존 제품에 비해 30% 이상 가볍다고 한다. 수지 표면을 금속 코팅함으로써 전자파 차폐성을 갖췄다.

NPR은 소형 EV 전용의 ‘Axial Gap형’ 모터를 개발 중이다. “기술의 핵심은 엔진 부품에서 축적한 소결 기술을 활용한 코어(철심)이다”(NPR의 개발 담당자). Axial Gap형 모터는 철심 모양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전자 강판을 적층해 만드는 것이 어렵다.

NPR은 쇳가루를 압축 성형해 소결하는 기술을 사용해 Axial Gap형 모터의 철심을 만들었다. 엔진용 캠 샤프트(Camshaft)의 제조 기술을 활용했다. NPR의 캠 샤프트는 스틸 파이프에 합금 캠 로브(Cam Lobe, 캠의 산이 되는 부분)를 소결하는 기법으로 만든다.

-- 세계 점유율 40%도 잃을 우려 --
엔진 기술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리켄이나 NPR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엔진용 타이밍 체인에서 40% 가까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쓰바키모토 체인도 공격할 곳을 모색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이다. 타이밍 체인은 엔진의 크랭크 샤프트와 캠 샤프트의 회전을 동기화하는 부품으로, 수요 증감은 엔진 탑재 차량의 시장 규모에 좌우된다.

쓰바키모토 체인이 체인 기술의 응용처로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EV용 전동 액슬(e-Axle)이다. 구동용 모터나 인버터, 감속기 등을 일체화한 전동 액슬 중에서 감속기에 주목했다. 기어를 사용하는 기존의 감속 기구를 체인과 스프로킷으로 대체하는 것을 제안한다.

체인을 사용함으로써 “기어의 시스템에 비해 전달 효율을 0.5~1% 향상할 수 있고, 발생하는 소리도 억제할 수 있다. 게다가 저가의 베어링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쓰바키모토 체인의 개발 담당자).

평행축 기어를 사용하는 감속기에서는 기어 부분에 큰 추력 하중(축 방향으로 작용하는 하중)이 걸린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양산 EV의 감속기에는 테이퍼 롤러 베어링과 같은 고가의 베어링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쓰바키모토 체인의 개발품은 추력 하중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저가의 베어링을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시스템 전체로 보면 체인을 사용하는 만큼 개발품 쪽이 고비용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체인 자체는 사륜구동(4WD) 차량의 엔진 출력을 앞바퀴와 뒷바퀴에 분배하는 트랜스퍼용을 응용할 수 있었다. 체인의 폭이나 피치는 감속기용으로 개량해 모터의 고속회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 도요타도 인정하는 표면 처리 기술 --
엔진용 미끄럼 베어링이 주력 제품인 다이호(大豊)공업은 연료전지차(FCV) 전용 세퍼레이터를 개발 중이며, 26년 이후 양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속판 프레스 성형부터 레이저 용접, 표면 코팅 처리, 세퍼레이터 간 실링까지 당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다이호공업 담당자).

다이호공업의 표면 처리 기술은 도요타도 인정한다. 도요타의 대형 SUV ‘랜드 크루저’에 탑재하는 디젤 엔진에 다이호공업의 기술을 채용했다. 디젤 엔진은 통내 압력이 높아 미끄럼 베어링의 내구성 확보가 어렵다.

도요타는 그동안 납(Pb)을 첨가하거나 표면을 피막하는 방법으로 대응해 왔지만 신형 랜드 크루저의 디젤 엔진은 ‘Pb 프리’를 목표로 했다. “내피로성이나 내산화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스무트(Bi)를 표면 피막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기계적 강도가 낮고, 피로 파괴가 발생한다는 과제가 있었다. 그래서 Bi에 안티몬(Sb)을 섞은 합금을 피막에 사용함으로써 충분한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다이호공업의 담당자).

개발 중인 FCV용 세퍼레이터에 Bi-Sb 합금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면 처리 기술이나 재료 개발 노하우를 활용한다. 개발품은 내식성을 높이기 위해 스테인리스 강판 표면에 티타늄(Ti)과 DLC(Diamond-Like Carbon)를 코팅할 예정이다.

배기 매니폴드나 머플러와 같은 배기계 부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후타바산업은 엔진 부품 기술을 응용하는 분야 중 하나로 EV용 배터리 영역을 든다. 구체적으로는 배터리를 온도 관리하는 냉각 플레이트나 배터리 팩의 외장이 되는 케이스 부재이다.

후타바산업은 배기계 부품이나 보디 골격 부품을 많이 양산하고 있어, 스테인리스재 가공이나 대형 프레스기에 의한 대형 부품 성형 등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배기계 부품의 설계에서 축적한 열유체 해석이나 열관리 기술은 배터리의 냉각 플레이트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 강점을 살리기 위해 인수 --
새로운 길을 계속 모색하기는 해외 부품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연료 호스나 배관 부품을 개발해 온 프랑스 ARaymond Network는 EV용 배터리의 냉각 시스템 분야에 기대를 건다. 호스 부재나 배관 커넥터 등은 배터리 냉각용 쿨런트(냉각수)용으로 전용할 수 있었다.

ARaymond의 관계자는 “엔진차가 줄어드는 가운데 어떻게 강점을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발 더 내딛은 결과가 이번 인수였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ARaymond는 계속해서 수지 제품을 개량해 왔다.

21년 11월, ARaymond는 EV용 배터리 냉각 플레이트를 개발하는 이탈리아 CGA Technologies의 인수를 발표했다. CGA의 배터리 냉각 플레이트와 ARaymond의 배관 부품의 조합을 통해 시스템으로서 자동차 업체에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기업의 존속, 그리고 새로운 성장을 위해서 부품업체는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오랜 세월 축적해 온 엔진 기술은 사용법에 따라 강하게 빛날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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