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커버 표지
일경비즈니스_2019/06/10_생물을 모방해 이노베이션 창출
  • 저자 : 日経BP社
  • 발행일 : 20190610
  • 페이지수/크기 : 166page/28cm

요약

Nikkei Business_2019. 6.10 특집 요약 (p132~134)

Techno Trend
생물을 모방해 이노베이션 창출
도마뱀, 지렁이가 과제 해결의 힌트

치열한 생존 경쟁을 거쳐 진화해온 동식물의 형상이나 기능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생물모방기술(Biomimetics Technology). 기술의 진보로 보다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분야 및 로봇 등으로도 응용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실용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산∙관∙학의 연계 방식 등 앞으로 전개하는데 필요한 과제도 보이기 시작했다.

일상생활에서의 기본적인 동작 중 하나인 ‘물건을 잡는 행위’. 이 동작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요철로 마찰력을 만들어내 잘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지문이다. 그렇다면 지문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일본인 2명 중 1명이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암 치료법 중 하나가 항암제 치료이지만 그 부작용으로 인해 세포 분열이 억제되어 지문이 옅어지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찬 것에 닿으면 통증을 느끼는 온통각이상(温痛覚異常)과 떨림 등의 증상으로 인해 사물을 집는 것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앓고 있는 암환자들의 일상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벽 면 등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도마뱀붙이의 손발 구조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된 것이 데이진(帝人)프론티어(오사카)가 상품화한 장갑 ‘나노피타(ナノぴた)’이다.

-- 도마뱀붙이의 손발 섬모를 섬유로 재현 --
나노피타는 언뜻 보면 시판되고 있는 일반 장갑과 큰 차이는 없지만 실제 사용해보면 목장갑으로는 미끄러져 집어 올리기 힘든 아크릴판도 손 끝에 착 달라붙어 간단히 집어 올릴 수 있다. 목장갑으로는 열거나 닫기 힘든 패트병 뚜껑도 바로 열 수 있다.

나노피타의 손바닥 부분에 짜인 회색 천이 이러한 움직임을 뒷받침해준다. 도마뱀붙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부분으로, 일반 목장갑에 비해 까칠까칠해 돌기가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하마마쓰(浜松)의과대학의 하리야마(針山) 특임교수(생물학)이 개발했다.

도마뱀붙이의 손발 표면에는 직경 200나노미터의 극세 섬모가 밀집되어 있다. 접촉 면적을 넓혀 만들어낸 강한 마찰력으로 수직의 벽면도 자유롭게 오르거나 내려갈 수 있다.

하마마쓰의과대학 내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암환자의 어려움을 상담해온 하리야마 교수는 “도마뱀붙이의 손발과 같은 구조의 물질로 장갑을 만든다면 작은 힘만으로도 물건을 집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2016년, 하리야마 교수는 데이진이 2008년에 상업 생산을 시작한 소재 ‘나노프론트(NANOFRONT)’를 알게 되었다. 직경이 머리카락의 약 85분의 1인 700나노미터의 초극세 폴리에스테르섬유로, 본래 골프용 글러브와 양말 소재로써 이용되어온 소재다. 도마뱀붙이의 섬모만큼 얇지는 않지만 하리야마 교수는 이 소재를 이용한다면 도마뱀붙이 손발의 구조를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리야마 교수의 제안을 받은 데이진프론티어는 신속하게 개발에 착수. 나노프론트로 짠 천을 연구해 섬유를 솟아오르게 함으로써 섬모가 밀집된 도마뱀붙이의 손발을 재현했다.

하리야마 교수의 아이디어는 적중해 기존의 목장갑이나 미끄럼방지 장갑과는 비교가 되지 않은 정도의 마찰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사용 시의 감상 등을 참고해 봉제 부분에 손가락이 닿지 않도록 하면서 내부의 공간을 넓히는 등의 연구를 추진했다.

나노피타는 의료기관 등에 7월경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발에 참여한 데이진프론티어의 기술개발부 이노베이션개발과의 나카노(中野) 씨는 ‘암환자뿐만 아니라 식품공장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동식물 등 생물이 가진 기능이나 구조를 공업제품에 응용하는 것은 ‘생물모방기술’라고 한다. 몇 억년 동안의 생존경쟁 속에서 진화되어온 생물의 우수한 특징을 제품에 도입한다는 사고방식이다. 물총새의 부리 형태를 모방해 공기 저항을 낮춘 신간센(新幹線)의 선두 차량이나 의류 등에 잘 붙는 야생 우엉의 열매에서 힌트를 얻은 ‘매직테이프’의 상품명으로 유명한 면 지퍼 등 이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도입되어왔다.

이처럼 생물모방기술의 응용 사례가 최근 나노피타와 같이 의료 등 폭 넓은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그 배경에 있는 것이 나노기술의 진전이다. 나노기술을 통해 생물의 정교한 구조를 재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대학 및 스타트업기업의 실용화를 위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 인간의 세포를 모방한 인공 생체막 --
지바(千葉) 현 가시와(柏) 시에 위치한 도쿄대학 가시와(柏)벤처플라자. 많은 기업들이 모여있는 이 건물에서는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에 착안한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세포를 감싸는 생체막 구조를 모방한 ‘MPC폴리머’에 대한 연구이다.

MPC폴리머는 생체막을 형성하는 ‘인지질’과 같은 구조를 화학 반응을 통해 만들어낸 말하자면 인공적인 생체막이다. 사람의 세포와 동일한 조직 구조이기 때문에 인체 안에 삽입해도 거부 반응 등이 일어나지 않는 ‘생체 친화성’과 물 분자와 쉽게 결합되는 ‘친수성(Hydrophile)’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MPC폴리머의 실용화는 지금까지는 보수력을 높인 콘택트렌즈 세정액과 화장품 등에 한정되어왔다. 2016년 설립된 도쿄대학 발 스타트업 기업, Intelligent Surface는 MPC폴리머를 이용한 기기 코팅에 도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혈관 등 체내 삽입형 의료기기를 코팅할 경우 의료기기 표면은 생체막으로서 인식되어 혈전 등 거부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가위와 칼 등의 의료기기를 코팅한다면 단백질 흡착이 잘 일어나지 않아 오염도가 낮아진다고 한다.

Intelligent Surface의 기리토오시(切通) 사장은 “우리들의 코팅 기술을 이용한다면 어떤 것을 생체에 삽입해도 문제가 잘 일어나지 않게 된다”라고 설명한다. 1년 후를 목표로 파트너 기업과 개발 중의 제품을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생물모방기술은 지금까지 동물의 형상 및 구조를 소재나 제품 조성에 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생물의 독특한 ‘움직임’과 로봇의 기술을 결합시킨 사례도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주오(中央)대학 이공학부의 나카무라(中村) 교수(바이오메카트로닉스)는 지렁이가 수축과 팽창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연동 운동을 모방한 로봇을 개발했다. 주요 용도는 에어컨 덕트나 하수관 등 배관 검사 및 청소이다.

에어컨 덕트나 하수관 등은 모두 복잡하게 얽혀 이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이 검사하거나 청소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어떻게 하면 좁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나카무라 교수가 착안한 것은 여러 개로 나눠져 있는 마디가 순서대로 수축을 반복하는 연동 운동으로 움직이는 지렁이의 움직임이다.

개발된 지렁이형 로봇은 외측에 브러시가 장착되어 있고 인공근육을 통한 연동 운동으로 움직이면서 주위의 오물을 제거한다. 흙을 먹고 배설하면서 움직이는 지렁이처럼 중심부가 비어있기 때문에 카메라 등 기구를 장착하기 쉽다는 점도 장점이다. 나카무라 교수는 이미 행정기관 등과 함께 하수관에서의 시험에 성공. 빠른 시일 내에 실용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지렁이형 로봇의 활약은 우주와 심해로도 확대되고 있다. 나카무라 교수가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연대해 개발하고 있는 로봇은 달 표면 조사에서의 이용을 상정하고 있고 희토류 등 해저 자원 발굴에서도 로봇의 실용화 연구의 활용이 검토되고 있다.

본래 이 지렁이형 로봇은 대장 안을 검사하는 내시경 로봇을 상정해 개발이 추진되어왔다. 그 계기는 나카무라 교수가 2000년경, 대학 주변에 있는 논에서 지렁이를 보고 기계화 가능성을 느끼게 되면서이다.

나무 통에서 지렁이를 키우며 매일 관찰해온 나카무라 교수는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능력을 모방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확신을 얻어 본격적인 로봇 제작에 착수했다.

-- 산∙관∙학 연대가 과제로 --
모터 구동을 통해 공기로 수축하는 인공 근육으로 바꾸는 등 개량을 반복하면서 학회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를 발표해온 나카무라 교수. 초기에는 이질적인 연구라고 보던 기업들도 문의를 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용화가 보이기 시작한 시기, 공동 연구를 추진해온 파트너 기업으로부터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게 되었다. 이유는 ‘인사 이동으로 인한 담당자의 배치 변동’. 내시경 로봇의 실용화는 지금도 중단된 상태다. 나카무라 교수는 “외부와의 관계로 인해 기쁨도 분통함도 느꼈다. 연구의 성패는 기업과의 연대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도 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말이 상징하듯 생물모방기술의 실용화를 위한 과제 중 하나는 기업 측의 이해이다.

앞서 소개한 하마마쓰의과대학의 하리야마 교수는 “일본의 생물모방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은 부족하다”라고 말한다. 일본 생물모방기술의 권위자라고 불리는 하리야마 교수는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는 행정기관이 차세대 산업 육성을 위해 생물모방기술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대로 간다면 일본은 세계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한 기초연구에서 본격적인 실용 단계에 진입한 생물모방기술. 소재와 의료기기, 로봇 등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분야에서의 실용화가 유망 시 되고 있지만 그 기술 개발에는 방대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진전된 산∙관∙학의 연대는 새로운 이노베이션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끝 --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