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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경비즈니스_2018/09/17_유전자 변환 누에, 에이즈 등 조기 발견
  • 저자 : 日経BP社
  • 발행일 : 20180917
  • 페이지수/크기 : 114page/28cm

요약

Nikkei Business_2018. 9.17 Techno Trend (p84~86)

유전자 변환 누에, 에이즈 등 조기 발견
항체 넣은 누에고치로 맞춤형 의료의 새 길 열어

메이지(明治) 시대에 많은 외화를 벌어들여, 근대화의 기반을 세우는데 큰 역할을 한 누에가 새로운 ‘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유전자를 변환시키면 ‘누에고치’에 에이즈 바이러스 등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항체가 만들어 진다. 맞춤형 의료에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는 신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약 회사의 협력이 필요하다.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군”. 8월 31일, 어떤 발표가 나자, 소재 업계는 술렁거렸다. 니토보(日東紡)가 유전자 변형 누에를 취급하고 있는 스타트업, 리무코(오키나와 현 우루마 시)의 제3자 할당 증자를 인수하여 33.4%를 보유한 주주가 된 것이다.

1898년에 고리야마(郡山)견사방직으로 사업을 시작해 메이지(明治) 시대의 식산흥업(殖産興業)을 뒷받침해 온 니토보. 창립 120주년을 맞이하여 대대로 이어온 견사업(絹紗業)을 다시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다. 니토보의 목적은 누에가 토해 내는 단백질에 있다. 특수한 누에고치를 만들 수 있다면, 의약품에 사용하는 ‘항체’의 제조 방법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리무코는 오키나와 현에 유전자 변환의 누에를 연간 10만마리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당사는 누에고치로부터 의약품 원료를 추출하는 기술로 세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니토보의 자회사인 ‘니토보 메디컬의 스가마(須釜) 집행위원은 “리무코와 협력 관계를 맺음으로써 우리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이 분야에서의 선진적인 대처는 러시아 서부의 니즈니 노브고로드 주(州)에서 추진되고 있다. 현지의 제약회사가 개발하는 에이즈 바이러스(HIV)의 조기 발견으로 이어지는 진단 키트가 그것이다. 원료는 리무토가 누에의 고치로부터 추출한 항체이다.

HIV는 체내에 들어가도 즉시 발병되지 않아, 수 년에서 약 10년 정도의 무증후기(無症候期)가 계속된다. 그 동안 바이러스는 증식되어 점차 몸의 면역 기능을 파괴시켜 나간다. 면역력이 저하되면 곰팡이나 세균으로부터의 저항력이 약해져 인간은 감염증으로 고통 받게 된다.

그러므로 바이러스의 활동을 감지하는 진단 약이 요구된다. 약간의 ‘항원’에도 반응할 수 있는 ‘항체’가 있다면 컨디션 변화와는 관계 없이 체내로의 바이러스 침입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항체를 만드는 방법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은 실험 쥐의 체내에 유용한 세포를 증식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실험 쥐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아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또한 동물 애호의 관점에서도 문제점이 있다. 햄스터에서 채취한 세포에 유전자를 투입해 배양 탱크에서 증식시키는 방법도 있으나, 선행 투자가 필요하며 많은 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 점에 주목한 것이 바로 리무코였다. 누에의 ‘단백질 생산 기능’은 생산성 및 순도 면에서 기존의 방법을 능가한다. 지금까지는 상황을 지켜만 보는 기업들이 많았으나, 니토보의 출자는 훈풍 역할을 했다. 리무코의 오가와(小河) 사장은 “유전자 변형 누에를 실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 유전자 변환으로 양잠업(養蚕業) 부활 --
누에는 유충 시에 입에서 실을 토해 고치를 만드는 곤충이다. 야생 누에는 ‘품질 개량’을 통해 긴 세월에 걸쳐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색은 희며 날개를 펄럭거리지만 날지는 못한다. 실을 뽑아 내는 ‘실샘(누에가 실을 뽑는 기관)’이 비대화하여 스스로의 체중을 감당하지 못해 나무에 들러붙지 못한다.

일본에서는 에도(江戸) 시대에 학식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양잠업이 유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일본의 양잠 기술은 책으로 엮어져 일본을 방문한 독일인 시볼트 씨에 의해 유럽에까지 전파되었다. 이러한 기반 위에 메이지 정부가 관에서 운영하는 후쿠오카 제사(製絲) 공장을 만드는 등, 외화 벌이의 수단으로 양잠업을 장려했다.

그러나 1930년대 이후에 나이론 등의 화학섬유가 보급. 중국으로부터 저렴한 견제품을 수입하게 되면서 그 영향으로 한 때 220만가구였던 국내의 양잠 농가는 500만 가구로 급감하게 되었다. 저물어 가던 일본의 양잠업에 변화를 일으킨 것은 유전자 변형 누에의 생산 기술이다. 2000년에 농림수산성 잠사(蠶絲)ㆍ곤충농업기술연구소(현재 농업ㆍ식품산업기술총합연구기구)가 알 단계에서 유전자를 변환시켜 항체가 있는 실을 뽑아 내는 누에를 만들었다. 향후에 생식기가 될 부분을 표적으로 유전자를 주입하는 것이 포인트. 성공한다면 유전자는 자손에게까지 전달되며 유전자 변형 누에는 대대로 인간이 원하는 성질의 실을 계속해서 뽑아 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왜 누에는 항체의 추출원으로 적합한 것일까? 농연기구(農硏機構; 농업 식품기술종합연구기구) 신산업개척연구영역의 가도노(門野) 책임자는 크게 4가지 이유를 지적한다. 첫 번째는 저렴한 사료로, 1㎡당 1,000마리 규모의 고밀도 사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생산성과 안정된 공급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누에가 날 수 없기 때문에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변환시킨 유전자가 상정한 것 이외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 세 번째는 성장이 빠르다는 것이다. 누에의 일생은 1개월 반 정도로, 암컷은 300~500개 알을 낳는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이유는, 오랜 역사 속에서 누에에서 인간을 감염시킨 질병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누에의 생산량에서 전국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군마(群馬) 현. 마에바시(前橋) 시에 거점을 두고 있는 면역생물연구소의 후쿠다(福田) 이사ㆍ유전자변환 누에사업부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누에로부터 만들어 진 항체는 불순물이 적으며 바이러스에 대해 강하다”.

면역생물연구소가 앞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은 러시아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진단 키트를 뛰어 넘는 것이다. 2016년에 스타트업인 CURED(요코하마 시)와 제휴. HIV를 파괴함으로써 근본부터 에이즈를 치료하는 의약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오더메이드 의료’에도 활용 --
에이즈 환자마다 병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오더메이드 형(주문식 맞춤형)’의 치료약을 만들 수 있다면 이상적이다. 누에는 한 마리씩 입에서 뽑아내는 실을 바꿀 수 있다. 면역생물연구소가 지향하는 것은 대량 공급이지만, ‘융통성이 있다’ 것이 관계자들의 누에에 대한 평이다. 유전자가 손상되어 이상 세포가 확산되는 암 치료에서도 누에가 지닌 유연성은 뛰어난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연구기구도 신기술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 거미줄(누에로 만든 거미줄)’. 산왕거미의 유전자를 주입한 누에로, 뽑아내는 실은 일반 실보다 5%정도 강하며 신축성이 뛰어나다. “한층 더 끊어지지 않게 개량하여 얇기와 강도가 요구되는 수술용 봉합 실로서의 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가도노 팀장). 실에 항체를 투입하면 체내에서 염색이 되는 의약품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관계자의 대부분은 “기술은 확립되어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의료로의 실용 사례는 적다. 제품화에 도달해 있는 것은 니토보 그룹의 골다공증 진단약, 면역생물연구소의 알츠하이머병 검사 키트 등이 있다.

배경에는 대형 제약회사의 협력을 얻기 힘들다는 사정이 있다. 제약 각 사는 배양 탱크 등 기존 방법에 거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 참신한 기술의 등장은 기존 방법의 진부화를 불러온다. “리스크를 감안하면서 까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려는 동기부여는 높지 않다”라며 관계자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올해 3월에는 아스테라스 제약과 면역생물연구소의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누에를 사용한 지혈용 단백질 ‘피브리노겐’의 공동연구로 누에의 활용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었으나, “생산량이 계획을 따라가지 못했다”(면역생물연구소)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도, 누에가 뽑아내는 실의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군마 현의 농가에서는 형광 실크를 생산하는 유전자 변형 누에의 사육이 시작되었다. 목표는 ‘빛나는 옷’과 ‘반짝이는 벽지’이다. 화장품으로서도 고치에서 정제한 콜라겐 성분의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가장 유력시 되는 의료 분야로의 응용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

과거에 많은 외화를 벌어들여 일본의 근대화를 뒷받침 해 온 누에. 국내에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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