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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경사이언스_2018/06_생물의 진화를 예측한다
  • 저자 : 日経BP社
  • 발행일 : 20180601
  • 페이지수/크기 : 116page/28cm

요약

Nikkei Science_2018.6  (p9-11)

Front Runner
생물의 진화를 예측한다
재사용’되는 유전자 군(群)의 존재가 몸의 기본 구조를 결정하는데 영향
이리에 나오키 / 도쿄대학 대학원 이학계 연구과 조교수

▶프로필: 이리에 나오키(入江 直樹) 1978년 도쿄 출생. 오사카에서 성장. 고베(神戸) 대학이학부 생물학과를 졸업 후 교토대학 대학원 의학연구과 진학, 2008년에 박사과정 수료. 교토 대학원 연구과부속 선천성이상표본연구센터,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CDB; 현∙ 생명기능과학연구센터)를 거쳐 2013년부터 현직. 전문은 진화생물학. 일반용 저서에는 『태아기에 각인된 진화의 흔적』(게이오기주쿠대학 출판사, 2016)이 있다.

지금 존재하는 생물은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나갈 것인가? 과거에 일어난 진화의 발자취를 해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학의 언어로 미래를 이야기 할 ‘예측성 있는 진화 이론’을 목표로 한다.

진화는 생물학의 근간에 있는 테마이다. 그러나, 진화 연구의 대부분은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나 현재의 상태가 되었는지를 해명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역사를 배우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나아가, 지금 있는 생물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지를 예측할 수는 없을까? 도쿄대학 대학원 이학계연구과 조교수인 이리에 씨가 연구하고 있는 것은 이런 ‘예측성 있는 진화 이론’의 구축이다.

목표로 하는 진화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이리에 씨는 우주론을 인용했다. 우주론에서는 그 탄생부터 종말까지를 일괄적으로 설명하려 하고 있다. 한편, 생물의 진화는 역사학의 느낌이 강하다. 이리에 씨는 생물의 미래 모습을 과학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가면라이더’. 요컨대 사람의 몸에 메뚜기의 머리가 붙어 있는 생명체의 존재가 가능할까? 메뚜기의 머리도 사람의 몸도 그렇게 실현시킨 것이므로 박테리아부터 다시 진화를 되돌린다면 실현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이 앞으로 머리 부분만을 변화시켜 (가면라이더로) 진화할 수 있을까? 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리에 시가 주목한 것은 생물의 몸에는 변화하기 쉬운 부분과 거의 변화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 해명이 예측성 있는 진화 이론으로의 첫걸음이 될 것이 틀림 없다.

예를 들어 척추동물 중에는 어류에서 포유류까지 색도 사이즈도, 그리고 생김새도 다양하다. 그러나 척추동물에서는 몸의 구조 및 내장의 연결 순서에 공통점이 있으며, 그것을 일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든 척추동물은 입에서 항문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소화관이 배 부분에 있으며 등 부분에는 신경계(척수)가 있다. 또한 눈이 항문 근처에 있거나 심장이 머리 쪽에 있는 경우는 없다. 즉, 몸의 기본 구조 및 내장의 연결 순서는 변화가 어려우며 색과 사이즈 등은 변화하기 쉽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차이를 결정하는 것일까.

-- ‘재사용 유전자군’이 제약에 작용 --
이리에 교수 연구팀은 그 힌트가 되는 성과를 Nature Ecology & Evolution지의 2017년 9월호에 발표했다. 수정란에서 몸이 만들어지는 배발생기(수정란이 부화할 때까지의 기간)에, 어느 유전자가 활동하는 지를 망라적으로 계측∙해석한 연구이다. 조사한 것은 척추동물 6종 (제브라피쉬, 개구리 2종, 자라, 닭, 쥐)와 척추동물과 유사종인 척삭동물 2종(미삭류의 멍게, 두삭류의 창고기류)이다.

발생의 어느 타이밍에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는 지는 종(種)마다 다르다. 그런데도 ‘기관형성기(器官形成期)’에서는 척추동물 6종에서 사용되고 있는 유전자 군(群)의 프로파일이 상당히 닮아 있었다. 기관형성기는 장기의 근원이 되는 원기(原基)가 되는 단계로, 몸의 기본 구조 등은 이 시기에 결정된다. 이 시기는 유전자의 작용 레벨에서도 ‘진화를 통한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직 기관형성기에만 작용하는 특별한 유전자 군은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조사해 본 결과, 그 어떤 종에서도 기관형성기에만 한정적으로 작용하는 유전자는 적으며, 오히려 여러 단계에서 빈번하게 재사용되고 있었다. 또한 이렇게 여러 번 재사용되고 있는 유전자는 생존에 필수인 유전자로서, 다른 많은 유전자와 상호작용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동물 종에서 이와 같이 ‘재사용 유전자’가 많이 발현되는 단계일수록 사용되고 있는 유전자 군의 프로파일이 다른 종과 비슷한 경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재사용 유전자 군의 존재가 척추동물이 5억년에 달하는 긴 진화의 역사 속에서 신체의 기본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게 하는 제약요인이 되었다고 이리에 씨는 생각하고 있다.

-- 비약적인 진화를 가져오는 경우도 --
한편, 유전자의 재사용이 비약적인 진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2017년 2월에 Nature Communications지에 이리에 팀이 발표한 성과도 확인되었다. 생물의 형태는 어떤 유전자가 ‘언제’ ‘어디에서’ 작용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것을 조절하고 있는 것은 ‘유전자 조절염기서열(Regulatory sequences)’이라고 불리는 DNA 염기서열로, 유전자 재사용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리에 팀은 새를 새답게 보이게 하는 DNA 변이의 대부분이 조절염기서열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유전자가 소실되거나 새롭게 얻어서 생긴 변이보다 조절염기서열에서 생긴 변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펭귄 및 타조, 독수리, 참새 등 48종의 조류와 새 이외의 척추동물 9종 (제브라피시, 열대 손톱 개구리, 악어, 바다거북, 쥐, 인간 등)의 게놈을 비교하여 조류 종(種) 전체에는 있으나, 그 외의 척추동물에는 없는 염기서열 27만 9,338개를 발견했다. 그 중 99.69%는 유전자가 아니었다. 모든 배열의 기능이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유전자의 발현을 제어하는 조절염기서열과 같다고 한다.

그 한 예를 들어 보겠다. 조류 고유의 조절염기서열의 하나는 Sim1이라는 유전자를 제어하고 있었다. Sim1의 기능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사람이나 쥐에서는 뇌에서 발현되었다. 흥미롭게도, 닭에서도 Sim1 유전자가 뇌에서 발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팔꿈치에서 손목 사이에 해당하는 부분에서도 작용하고 있었다. 조류의 경우, 날개가 생성되는 부분이다. 즉, 유전자를 ON으로 하는 조절염기서열이 Sim1 유전자에 관해 조류에게는 적어도 2개가 있는 셈이다. 한 개는 포유류와 공통으로 Sim1이 뇌에서 발현되었으며, 다른 하나는 날개가 생기는 위치에 Sim1이 발현되었다.

연구 팀이 쥐의 팔꿈치에 닭의 Sim1 조절염기서열을 도입한 결과, 쥐에서도 앞다리의 팔꿈치부터 팔목 사이에 Sim1 유전자가 발현되었다. 이 조절염기서열이 Sim1 유전자의 재사용을 실현시킨 증거이다. 날개라는 조류의 두드러진 특징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유전자의 재사용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의 재사용을 통해 “이런 모습은 불가능하지만, 이런 모습이라면 쉽게 바뀌지 않을까?” 이리에 씨가 생각한 예측성은 그런 것을 가리킨다.

-- 따로 갈 곳이 없었다 --
어릴 적 이리에 씨는 “어쨌든 이해력이 부족한 아이였다”라고 말한다. “1 더하기 1은 2가 된다. 이것은 공식으로 말하자면 약속이다. 어디까지가 관찰에 의한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약속인지를 구별하지 못해, 왜 그럴까? 하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그런 아이였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는 1년동안 이리에 씨는 캐나다에서 지냈다. 캐나다의 학교는 “충격적이었다”. 일본에서의 수업에서는 “선생님이 단 하나의 정답을 가지고 있어 학생들이 그것에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캐나다의 학교에서는 예를 들어 이런 문제가 제시되었다. “이 반에는 남녀 어느 쪽 키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자 어떤 학생이 남녀 중 각각 가장 키가 큰 학생을 비교한 후에 대답했다. 평균치를 기준으로 대답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중간치 정도 되는 아이의 신장으로 대답한 학생도 있다. 무엇으로 비교하는가에 따라 대답은 다를 수 있지만, 모두다 정답이다. “역시 그렇구나”라고 이리에 소년은 생각했다고 한다. 전제가 되는 조건에 따라 대답은 바뀌며 전제를 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원래 대답을 이끌어 내기 힘들다.

고등학교에서도 새로운 지식을 배우면, “왜 그런지를 생각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주위는 어느새 앞질러 가버렸다”. 그러나 그렇게 계속 생각하는 것이 좋았다. “여기(이학부) 이외에는 갈 곳이 없었어요”라고 그는 말한다.

계속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리에 씨가 흥미를 가지고 있던 것은 우주, 뇌, 진화. 공통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섬뜩할 정도로 많다”라는 점이다. 그 점에 참을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대학원에서 당시까지 해 왔던 연구 테마에서 크게 벗어나 진화에 대해서 연구하고 싶다고 말하자, 담당 교수는 반대했다. “저의 장래에 대해 걱정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동급생들도 제 결심에 대해 반대했습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학위 취득 후, 첫 근무지로 저서를 통해 동경해 오던 구라타니(倉谷) 씨의 연구실을 지망했다. 이화학연구소의 구라다니 씨는 발생부터 진화까지를 연구하는 Evo-Devo(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 진화발생 생물학)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구라다니 씨는 퉁명스러워서 말을 붙일 수도 없었다”라고 이리에 씨는 회상한다. 어떻게든 이학계 연구실에 자리를 얻기는 했으나, “연구실에서 진화를 테마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점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그는 말한다.

연구실이 담당 교수의 사정으로 폐쇄되어 이리에 씨는 다시 한번 구라다니 연구소의 문을 두드렸다. “왜 왔는지에 대해 (구라다니 씨로부터) 질문을 받아, 생각한 것들에 대해 모두 얘기했더니, ‘캐리어를 만들 생각을 전혀 하지도 않고 있네’라는 말을 들었다(이리에 씨). 그러나 결과는 채용. “강한 호기심만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어떤지를 지켜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아시아를 진화생물학의 거점으로 --
Evo-Devo의 연구를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리에 씨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중 하나는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라는 반복설을 학교에서 배웠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신에 의한 창조설이 지금도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편, 유럽에서는 인종차별의 정당화에 반복설이 사용된 경위도 있어, 비슷한 화제를 다루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현재, 진화생물학의 중요한 연구가 아시아로부터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리에 씨는 아시아를 진화생물학의 중심 거점으로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4월에 중국에서 개최한 제1회 국제학회 AsiaEvo 설립 멤버의 일원이 되었다.

AsiaEvo를 주최국인 중국의 연구기관 등과 공동으로 주최한 것은 일본진화학회와 과학연구비조성사업의 신 학술영역인 ‘진화의 제약과 방향성~미생물에서 다세포 생물까지를 관철하는 표현형 진화원리의 해명’에서 이리에 씨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은사인 구라다니 씨가 대표로 있는 신 학술영역 프로젝트는 2017년 6월에 시작되었으며, 척추동물을 주로 연구하는 이리에 팀 외에도, 곤충과 공동미생물, 식물, 박테리아 등을 연구하는 생명과학자, 또한 이론을 다루는 생물물리학자 등도 참여하여 생물계 전반에 걸친 진화의 원리를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척추동물에서는 재사용 유전자 군의 존재가 몸의 구조를 결정하는 제약 요인이 되어 있다는 가설을 이리에 씨는 세우고 있으나, 같은 일이 다른 생물에게도 일어나고 있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그 옳고 그름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명확해질 지도 모른다.

과거를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진화이론. 특정의 분류군 뿐만이 아니라, 생물계 전반에 통용하는 보편적인 진화이론으로 종횡무진 하는 진화이론 구축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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