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경비즈니스_2018/01/22_농업을 첨단산업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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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kei Business_2018.1.22 기획연구 (p52-56)

농업을 첨단산업으로 만든다
스미토모화학, 농업문제 해결로 사업창출

종합화학기업인 스미토모화학이 산적한 농업 문제를 해결해 줄 사업 창출에 도전한다. 왜, 농업일까? 이유 중 하나는 비료제조가 스미토모화학의 ‘가업’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농업은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치열해지는 화학업계의 국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농업을 첨단산업으로 육성하여 성장 원동력으로 삼는다.

간토 지방의 주요 쌀 생산지인 도치기현 시모쓰케시. 2017년 8월, 푸르게 펼쳐진 논을 무대로 ‘미래의 농업’을 연상시키는 풍경이 펼쳐졌다. 벼 위 30cm의 높이에서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비행하는 1대의 드론. 미리 입력한 지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자동으로 비행한다. 탑재한 특수 카메라로 벼 상태를 촬영하여 생육 상태나 병충해의 발생 상황을 확인한다. 필요하다면 핀포인트로 농약이나 비료를 살포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농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이 65세를 넘어선 일본. 농업 종사자의 부족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드론을 활용하면 노동력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벼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미토모화학은 그러한 새로운 벼농사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드론과 화상해석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기업 Nileworks(도쿄)와 공동으로 사업화 검토를 시작한 것이 16년. 17년 10월에는 나일웍스에 투자 참가도 하였다. 스미토모화학은 적재량이 한정적인 드론용으로 소량으로도 효과가 좋은 농약이나 비료 개발을 추진한다. 또한 전국의 벼 생육 데이터를 수집∙해석하여 각각의 품종 별로 영향을 미치는 병충해 발생이나 작황 등을 예측하는 새로운 서비스 확립도 계획하고 있다.

드론의 가격은 1대 약 350만엔으로 18년 5월부터 대규모 농가용으로 15대를 시험 판매하고 19년에는 약 500대의 판매를 전망한다. 해외 전개도 계획한다. 스미토모화학의 나일웍스에 대한 투자비율은 현재 6.2%지만 앞으로 수십%로 올릴 계획이라고 미토(水戸) 운영책임자는 말한다. 나일웍스의 사장도 “국내외에 농업 자재의 판매망을 보유한 스미토모화학과의 연대를 통해 단숨에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낸다.

스미토모화학의 18년 3월기 연결순이익은 11년만에 과거 최고를 경신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와의 석유화학 콤비나트 ‘페트로 라비(Petro Rabigh)’가 17년 봄에 풀가동하여 수익을 올렸던 것이 컸다. 그러나 스미토모화학의 도쿠라(十倉) 사장은 만족하지 못한다. 그 배경에는 화학업계의 세계적인 경쟁 격화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

유럽과 미국 시장이 크게 재편되고 있고 중국 등 신흥국도 급속하게 힘을 키우고 있다. 규모에서 뒤지는 일본은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범용 화학품에서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제품에 사업의 중심을 두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사실 미쓰비시 케미컬 홀딩스는 산하의 미쓰비시 레이온(현, 미쓰비시 케미컬)이 보유한 탄소섬유기술로 자동차 시장을 개척하였다. 미쓰이화학은 기능성 수지로 경쟁력을 키웠다.

-- 추종을 불허하는 강점 --
스미토모화학도 유기EL 패널의 부재나 EV(전기자동차)에 탑재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용 부재 등 신소재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스미토모학학에는 다른 일본의 종합화학기업과 일선을 긋는 ‘이길 수 있는 분야’가 있다. 그것이 농업이다.

스미토모화학과 농업의 관계는 깊다. 1913년에 비료제조 사업으로 창업, 53년에 농약 관련 사업을 시작하였다. 국내 최대 농약기업으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 ‘건강∙농업관련 사업’의 매출 비율은 20%에 불과하지만 이익 면에서의 역할은 크다. 19년 3월기에는 영업 이익의 43%를 담당할 계획이다.

농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스미토모화학을 재촉한다. 국내에서는 농업 후계자가 부족하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나 유럽연합과의 EPA(경제연계협정) 등으로 본격적인 국제 경쟁이 시작되면서 농가에 있어서는 생산성 향상이나 수익 안정화가 큰 과제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식량 위기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다. 국제연합은 인구가 100억명에 달하는 2050년까지 식량 생산을 60% 향상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쿠라 사장은 “농업에는 일찍이 없을 정도의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이 가득한 시장이다”라고 강조한다.

스미토모화학의 농업관련 사업은 단순히 비료나 농약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16년에 본격화한 ‘쌀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외식을 하거나 음식을 사서 먹는 일이 증가하면서 편의점이나 외식 체인점에서 사용되는 저가의 ‘업무용 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에 착안. 14년에 바이오 벤처기업인 식물게놈센터(이바라키현)로부터 업무용에 적합한 새로운 쌀 품종을 인수하여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이 신품종은 고시히카리 등과 비교하여 면적 당 수확량이 20% 많고 식어도 맛이 좋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벼의 키가 작기 때문에 태풍에도 잘 쓰러지지 않고 안정적인 공급을 기대할 수 있었다.

스미토모화학은 전국의 약 50곳의 농협을 통해 농가에 이 신품종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볍씨와 전용 농약∙비료를 세트로 판매하는 한편, 농가가 수확한 쌀을 전량 구매하여 도매로 대형 편의점이나 슈퍼에 공급하는 구조다. 업무용 쌀이기 때문에 스미토모화학의 구매 가격은 가정용 쌀보다는 싸다. 그러나 수확량이 많기 때문에 농가는 수입 증가를 전망할 수 있고 또한 판매처가 미리 확보되어 있어 가격도 안정적이다. 농가에 있어서는 안정적인 수입이 가장 중요하다.

스미토모화학은 17년에 약 1,500헥타르였던 경작 면적을 20년까지 1만 헥타르까지 확대하여 농업 자재와 구매한 쌀의 판매 수입을 100억 엔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한다.  쌀 사업추진부의 로쿠탄다(六反田) 추진팀 리더는 “소매업자의 주문을 전혀 따라갈 수가 없다. 신품종의 이점을 더욱 홍보하여 협력 농가를 늘려 갈 계획이다. 벼 농사를 시세나 정책에 따라 휘둘리지 않는 ‘보통의 산업’으로 바꾸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국내에서 농업관련 사업의 저변을 착실하게 넓혀 나가는 스미토모화학. 그러나 국외로 눈을 돌리면 위협적인 라이벌이 무수히 많다. 스미토모화학의 농약 매출은 세계의 기업들과 비교하면 크게 뒤떨어진다. 앞으로는 해외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서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어떻게 세계의 라이벌들과 싸울 것인가?

-- ‘빨판상어’전략으로 공략 --
스미토모화학은 2개의 전략을 취했다. 하나는 ‘빨판상어 전략’이다. 스미토모화학은 세계의 기업들에게는 없는 독자의 유효 성분을 개발하여 그것을 해외 기업들에 제공, 새로운 농약 개발에 도움을 받는다. 제품화가 되면 그들의 판매망을 통해 ‘스미토모화학 제품’은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이미 독일의 바이엘이나 BASF, 미국의 DowDuPont과 Monsanto 등의 기업들과 연이어 유효 성분의 공급 등에 관한 기술 제휴를 맺고 있다. “20년까지 각국에서 사용 허가 신청을 하는 4개의 유효 성분만으로 연 매출 1,000억엔이 넘을 전망이다. 우리 만의 판매 망으로 사업을 전개했다면 이 규모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니시모토(西本) 전무는 말한다.

농약은 오랫동안 사용하는 동안에 내성을 갖는 세균이나 해충이 나타나고 서서히 효과가 희미해져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농약제조업체는 항상 새로운 유효 성분을 만들어내야 한다. 농약관련 특허 보유 수에서 유럽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굴지의 개발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 그 방법이 빨판상어처럼 기업에 의존하면서 자사의 이익으로 연결시키는 전략이었다.

물론 기술력만 가지고 공존공영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자사의 수익으로 확실하게 연결되는 유리한 조건으로 협력할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자력 판매 능력’이다. 10년에는 호주의 농화학업체 Nufarm에 자본 참여하였다. 현재 약 20%를 출자한 최고주주로 31개국에서 농약을 상호 판매하고 있다. 16년에는 농약시장이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는 인도의 농약기업을 인수하면서 10위였던 인도 시장에서의 스미토모화학의 점유율은 3위로 올라갔다. 니시모토 전무는 “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자력으로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강한 빨판상어가 되는 지름길이다”라고 말한다.

실력을 키워 상대에게 그 실력을 인정받음으로써 유럽의 기업들과의 제휴 교섭에 도전한다. 11년에는 해외 시장을 담당하는 국제농업사업부를 중심으로 해외 자회사의 사원도 포함하는 정예 10명이 모여 ‘사업기회개발팀’을 신설하였다. 팀을 통괄하는 국제농업사업부의 사이토(斉藤) 글로벌리더는 “유럽과 미국의 대기업 담당자와 매주 30분은 전화로 서로의 사업 상황이나 과제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한다. 현장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채널을 만드는 것이 서로에게 유리한 협력으로 이어진다”라고 실감한다.

-- 틈새시장을 발굴 --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스미토모화학이 실천해온 또 하나의 전략은 틈새시장의 발굴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Biorational’제품이다. Biorational은 스미토모화학이 만든 말로 인공적인 화학물질이 아니라 천연의 미생물이나 식물 호르몬을 사용한 농약이나 성장 조정제를 말한다. 환경이나 건강에 대한 영향을 억제하는 것 외에 씨가 없는 과일을 만들거나 뿌리의 흡수력을 높여 건조한 토지에서도 자라도록 하는 등의 독자적인 기능도 갖는다. 이 분야에서 스미토모화학은 세계의 1위를 달린다. 세계 농약 시장은 약 6조엔으로 연율 2~3%로 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 Biorational 제품의 시장 규모는 아직 1,500억엔 정도지만 연율 십수%로 급성장하고 있다. 스미토모화학은 20년에 450억엔의 매출을 전망한다.

스미토모화학이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년 전의 일이다. 00년에 미국의 의약회사가 보유한 동(同) 사업을 인수. 환경이나 건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확대할 것을 전망하고 시장에 참여하였다. “독자적인 노하우가 필요하고 농가에 사용 방법을 자세하게 지도해야 하는 등 영업 노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 기업은 멀리했던 분야다. 그러나 “노력이 필요한 시장인 만큼 참여장벽도 높고 이익률도 높다. 타사보다 먼저 참여하여 틈새시장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다”. 우메다(梅田) 사업부장은 이렇게 당시를 회상한다.

17년 8월에는 제약회사인 교와핫코바이오의 식물성장조정제사업을 인수하여 일본에서도 사업 확대를 본격화. ‘이길 수 있는 분야’를 더욱 든든한 반석으로 만든다. 스미토모화학은 03년 석유화학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한 미쓰이화학과의 합병 교섭이 통합비율에서 조정을 이루지 못해 무산되면서 ‘대체 전략’을 세워야 했다. 그것이 농업과 의약, 일렉트로닉스 등의 강화였다. 11년에 요네쿠라(米倉) 전 회장에게서 경영권을 이어받은 도쿠라 사장은 개혁을 가속하였다. 15년에는 석유화학의 상징인 ‘에틸렌 플랜트’를 정지하고 40년 이래 계속된 에틸렌의 국내 생산에서 철수하였다.

-- 15년이 넘는 사업구조개혁 --
일련의 구조조정을 통해 계상한 최종적자는 500억엔 이상. 힘겹게 재무 체질을 개선하여 여유 자금은 성장분야에 집중 투자하여 왔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유기EL 관련 사업. 19년까지 독자의 강점인 플렉시블 패널 소재나 고분자형 발광재료 등을 시장에 투입한다. 에너지 관련 분야에서도 EV에 탑재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부재가 확대. CO₂를 저비용으로 회수할 수 있는 분리막도 17년에 사업화하였다. 지금은 영업이익의 80-90%를 이러한 고부가가치사업이 만들고 있다.

그러나 구조개혁은 아직 끝이 아니다. 지금의 순조로운 결산의 배경에는 석유화학 제품의 시세 개선이라는 호재도 작용하고 있다. 의약품 사업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항정신병치료제 '라투다(Latuda, lurasidone)'의 특허가 19년 1월 종료되고, 유기EL과 배터리 재료도 경쟁 격화를 피할 수 없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가업’의 강점을 살려 세계에 뿌리 내릴 수 있는 농업관련 사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15년이 넘는 사업구조개혁의 성공 여부는 이에 달려 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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