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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왕국’ 일본,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인재육성으로 갈라파고스화 예방
  • 카테고리AI/ 로봇·드론/ VR
  • 기사일자 2019.12.16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7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12-24 08:56:01
  • 조회수411

‘로봇 왕국’ 일본,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인재육성으로 갈라파고스화 예방해야

만연된 인력부족으로 로봇 개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로봇은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로 불리는 직장의 환경 개선 및 중소기업 공장 등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의 ‘촉감’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 개발 등이 불가결해 생산 시스템을 담당하는 디지털 인재의 확보도 중요한 과제이다.

후쿠오카 현 기타큐슈(北九州) 시의 야스카와덴키(安川電機) 본사 역사관에는 1977년에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전전기(全電氣)식 산업용 로봇이 있다.

당시, 자동차 용접에 미국제 유압식 산업용 로봇이 이용되기 시작되었지만, 야스카와덴키에게는 시련의 시기였다. 석유 위기 이후의 불황으로 1975년부터 4년 연속 적자 결산을 기록, 희망 퇴직도 모집했다. 이 때 취약한 연구개발비로 결실을 맺은 것이 초대 모토맨(MOTOMAN)이었다.

국제로켓연맹 회장도 맡고 있는 쓰다(津田) 야스카와덴키의 회장은 “중노동을 기계로 대체한다는 우리들의 역할은 지금도 예전과 다르지 않다. 전세계에서 3D 직업을 없애고 싶다”라고 말한다. 야스카와덴키는 현과 협력해 현지 기업 공장의 자동화를 위해 무보수로 사원 수 명을 파견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산업용 로봇 산업은 일본의 자동차 산업 및 전자기기 산업의 발전과 함께 시장을 확대해왔다. 두 산업 모두 생산 기술자를 많이 보유, 자동화 수요 확보를 통해 로봇 산업도 성장해온 것이다.

지금도 자동차와 전자기기가 산업용 로봇의 2대 수요처이지만 수요지는 중국으로 크게 전환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본의 제조사들이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부동의 ‘로봇 왕국’인 것이다.

로봇 왕국인 일본 내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자동화가 늦은 중견∙중소기업들과 복잡한 작업이 필요한 물류 및 식품 등 창고와 공장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편의점의 도시락 공장에서는 용기에 담는 라인의 작업자는 계속 서있어야 한다. 품질 관리를 위해 공장 내부의 온도도 낮다. 이러한 힘든 환경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적어 외국인과 고령자가 많은 실정이다. 제조 라인은 하나밖에 없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이 요구되는 경우도 많아 사람의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기란 쉽지 않다.

로봇의 눈과 귀에 해당하는 기술은 꽤 발전했지만, 사람의 손가락이나 손의 촉감을 대신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닭 튀김이나 절임 매실 등 부드러운 정도에 따라 힘을 조절해 도시락 용기에 신속하고 깔끔하게 담는 기술에선 아직까지 로봇이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 개호(介護) 현장에서도 이러한 점이 도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로봇 왕국’이란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밖에도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로봇팔을 움직이는 것은 공학적인 작업이지만, 복수의 로봇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라인의 상황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 기술이 불가결하다. 라인을 설계하고 설비와 전기∙통신 관리를 담당하는 System Integration(SI)의 역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장 자동화 컨설팅회사, FA프로덕트(도쿄)의 아마노(天野) 회장은 최근, 같은 업종의 한 중국 기업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공항에 차체가 긴 리무진이 마중 나왔고, 로비가 대리석으로 호화롭게 꾸며진 이 회사의 사원 수는 3,000명이었다”. 그는 이 중국 회사 사장으로부터 “당신 회사에 중국 기업 공장 라인 구축을 5개, 아니 10개 맡길 테니 함께 하지 않겠는가?”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노하우를 빼앗길 위험을 생각해 거절했다고 한다.

FA프로덕트와 협업하는 SI그룹 회사, 오피스Fa.com(도치기 현)의 이노(飯野) 사장도 “지금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공장의 대부분은 95%가 자동화, 인력은 5%이다”라고 말한다.

세계의 흐름이 향하고 있는 미래는 생산 프로세스가 거의 자동화된 스마트공장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스마트공장을 뒷받침해줄 SI 인재가 부족하다. 특히 식품이나 물류 등 인력을 통해 복잡한 작업이 이루어지는 분야일수록 설계∙관리가 가능한 생산기술 전문가가 적다고 한다.

“하노이과학기술대학 등 베트남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친다면 1년 안에 우수한 수준이 된다. 협업처를 포함해 60~70명의 채용이 정해졌다”라고 말하는 아마노 회장. “일본의 공업계 대학에는 기계, 전자기기, 소프트웨어, 통신 등의 공장 자동화를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과가 없다”라고 말하며 “국내 대졸 인재에게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하지 않는다” 라고 잘라 말한다.

일본 내에서도 탑 클라스의 인재를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DMG모리세이키(森精機)선진연구센터의 마쓰시마(松島) 센터장은 AI와 IoT, 클라우드서비스 등 모든 것에 능통한 엔지니어 육성 프로젝트 책임자이다. 도쿄대학 및 도쿄공업대학의 학생들에게 우선 인턴을 반년 정도 경험시킨 다음 입사 후 2년 간, 기술 습득과 학습에 전념하도록 하고 있다. “첫 ‘졸업생’은 아직 27살. 사내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로 육성되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장의 디지털화∙거대화가 추진되고 있는 세계의 흐름과 다품종소량 생산의 중소공장들이 많은 국내의 수요는 맞물릴 수 있을까? 저렴하고 고성능의 로봇을 개발한다면 좋지만, 국내시장에는 그다지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 갑자기 최첨단 장비를 도입한 중국과 낡은 설비가 아직 남아있는 일본과는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편의점 도시락에 대해 이노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로봇보다 예쁘게 음식을 용기에 담는 것은 당연하다. 로봇의 정밀도가 사람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아예 ‘로봇이 담은 도시락’이라고 표시하고 보다 싸게 팔면 어떨까? 아시아 국가에서는 곧 그렇게 될 것이다”.

수요 측이 발상을 전환한다면 보다 저렴한 로봇이 빠르게 실용화되고, 기술은 더욱 진보할 것이다. 로봇의 미래는 사람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로봇 왕국 일본이 갈라파고스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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