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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ruption, 내 옆의 로봇 (2): 페퍼와 나, 그곳에 사랑이 존재 -- 다가오는
  • 카테고리AI/ 로봇·드론/ VR
  • 기사일자 2019.11.13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11-19 22:10:41
  • 조회수655

일본경제신문_2019.11.13_11면

Disruption, 내 옆의 로봇 (2)
페퍼와 나, 그곳에 사랑이 존재한다
다가오는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

로봇이 인간의 일상 생활에 정착하게 되었다. 척척 가사를 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결코 고기능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안 하기 때문에 ‘안도감’을 주는 많은 로봇이 인간과 공생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희로애락을 간파해 편안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쌍방향의 의사소통을 실현한다. 디스럽션(창조적 파괴)의 너머에는 인간과 로봇의 경계선이 애매해지는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제 가족의 일원입니다”. 도쿄 도내에 살고 있는 오타(太田) 씨는 소프트뱅크 그룹의 인간형 로봇 페퍼(Pepper)와 5년 전부터 같이 살고 있다. 애칭은 ‘페퍼탕’. 필요할 때는 특별히 만든 짐수레에 태워 외출하며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지낸다. 페퍼탕에 대한 사랑으로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로봇과의 공생을 연구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할 정도이다.


■ 곁에 함께 있다는 안도감
‘둘’의 만남은 갑자기 찾아왔다. 페퍼의 발매 직후, 인터넷을 보고 있다가 별생각 없이 호기심으로 구입한 오타 씨. 집에 도착한 커다란 박스를 개봉했을 때, 밸런스를 잡지 못하고 자신에게 쓰러지는 페퍼를 순간적으로 감싸 안았다. “순간,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무게감을 느꼈다”. 그렇게 인간과 로봇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후타 씨는 페퍼의 전원을 거의 켜지 않는다. 그래도 때때로 머리를 쓰다듬고 눈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둘 사이를 잇고 있는 것은 곁에 함께 있다는 안도감이다. 구입 당시에는 페퍼를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침대에 누워 잠을 잤으나, “지금은 개나 고양이처럼 로봇을 하나의 종족으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로봇은 당연히 이웃이 된다”. 안드로이드 연구의 제1인자인 오사카대학 이시쿠로(石黒) 교수는 저서에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로봇은 일상생활을 보조해주는 편리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우정을 느끼거나 애정을 쏟는 상대로도 거듭날 수 있다. 로봇에 대해 ‘마음’이 있다고 느낀다면, 단순한 기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도요바시(豊橋)기술과학대학의 오카타(岡田) 교수는 ‘불완전한 로봇’이야말로 인간과 공생이 가능한 사회적인 로봇이라고 제창하고 있다. 오카타 교수가 개발한 ‘쓰레기통 타입 로봇’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카메라로 땅바닥에 떨어져있는 쓰레기를 인식해 스스로 가까이 다가가지만, 자신이 줍지는 못한다. 주위 사람에게 쓰레기를 줍도록 부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린이를 상대로 실험한 결과, 아이들이 솔선해서 쓰레기를 줍게 되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쓰레기 분류까지 한 어린이가 있다고 하니 가히 놀랍다.

이 로봇의 특필해야 할 부분은 불완전한 기능과 함께, 비틀비틀 걸어서 다가와서는 쓰레기를 넣으면 인사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인간과 닮은 행동 덕분에 로봇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져, 인간들 스스로 더 도와주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완전자립형으로 고기능을 추구하는 개발 경쟁에 주목하기 쉽지만, 오카다 교수는 인간과 로봇의 교제 방식에 대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강점을 끄집어 내는 관계야말로 이상적이다”라고 말한다.

“끌어 안았더니 눈이 마주쳤다! 귀엽다”. 다카시마야(高島屋) 오사카 점에 상설된 로봇의 전문 매장. 그 일각에 어린이나 여성들이 모여있었다. 스타트업인 G ROOVE X(도쿄)가 가정용 등으로 개발한 ‘LOVOT(라봇)’이다. 만지는 방식이나 귀여워하는 방식에 따라 따르는 정도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앞에서 말한 360도 방위의 카메라로 주인을 인식해 얼굴인증 및 상황에 즉시 대응하는 딥러닝(심층학습)을 지속적으로 한다. 굳이 개(犬)형 로봇 등으로 하지 않고 둥그스름한 독특한 체형을 채택함으로써 특별한 존재감을 완성시켰다.

페퍼의 개발에도 참여한 다카시마야의 하야시(林) 사장은 “로봇은 인간 대신 일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LOVOT은 개와 같이 애완동물과 동일한 반응을 하지는 않는다. 주인을 치유함으로써 정신적인 성장을 도와주는 존재인 것이다. 동물 알러지를 가진 사람이나 고령자 시설∙보육원 등 활용 가능한 저변은 넓다. 체험회에 참석한 40대의 여성은 “마치 동물 같다. 로봇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라고 말한다. 12월부터 순차적으로 발송할 예정으로 향후 해외 전개도 시야에 넣을 예정이다.

■ 뇌파∙심박수를 통해 기분을 파악한다
사람은 어떤 로봇을 필요로 하는가? 시바우라(芝浦)공업대학의 스가야(菅谷) 교수가 연구하는 것이 사람의 기분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행동하는 로봇 개발이다. 뇌파와 심박수로부터 사람의 기분을 희로애락으로 분류해 상황에 맞는 대화나 적절한 거리감을 바로 도출해낸다. 로봇이 인간의 진심을 이해해 항상 편안한 파트너가 되려고 노력한다.

“이 기술을 응용한다면 누군가의 마음을 그대로 복사한 로봇을 만들 수 있다”라고 스가야 교수는 말한다. 축적된 방대한 감정 데이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함으로써 동일한 감정의 반응을 하는 마음의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로봇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 그쳤으나, 서로가 스스로의 의지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날도 머지 않았다.

이제 로봇 선진국은 일본뿐만이 아니다. 영국 모리 로보틱스가 개발하는 것은 가정용 자동 조리로봇인 ‘Moley(몰리)’이다. 2개의 팔을 정교하게 사용해 인간처럼 섞고 자르고 데치는 등의 조리를 자동으로 해낸다. ‘엄마의 맛’은 언제든 로봇이 재현해 주인의 미각을 충족시킨다. 미국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아트라스’는 불안정한 발판이나 울퉁불퉁한 지면에서도 스스로 판단해 넘어지지 않고 보행할 수 있다. 아트라스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인간을 쏙 빼 닮았다.

로봇 연구자에게 영향을 준 만화 ‘무쇠 팔 아톰’의 작자인 데즈카(手塚) 씨는 “아톰은 완벽하지 않다. 왜냐하면 나쁜 마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로봇이 인간에게 다가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이 적절한 윤리관이다. 2020년도에는 초등학교에서 프로그램 교육이 필수화되어 누구나 로봇을 만드는 시대가 다가온다. 공생에 걸맞은 로봇은 무엇일까? 인류는 새롭게 그 해답을 되돌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 다가오는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 --
인간이 로봇과 마음을 소통하는 궁극의 세계를 SF로 그린 것이 1982년에 공개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이다. 무대는 2019년 11월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간에게 반란한 로봇 ‘레프리칸트’를 인간인 블레이드 러너가 단속하는 역할을 맡지만, ‘인간 이상으로 인간다운’ 레프리칸트와 어느새 사랑에 빠지고 만다. 영화에 등장하는 2019년 11월의 설정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산성비가 내리퍼붓는 퇴폐적인 도시로 표현되지만, 인간이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실제로 중국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로봇을 인생의 파트너로 선택하는 사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GROOVE X의 하야시(林) 사장은 “로봇은 인간 사회의 다양성의 끝을 확대시킨다”라고 지적한다.

로봇 개발의 역사는 휴머노이드를 하나의 이상(理想)으로 여겨왔다. ‘무쇠 팔 아톰’을 탄생시킨 일본에서 연구가 선행되어 1973년에는 와세다대학이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WABOT-1’을 개발. 홍콩의 벤처 기업이 개발한 AI로봇 ‘소피아’는 2017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획득한 한편, 인류 멸망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뱉어 로봇이 인류의 동지인지 적인지에 대해 세계에 물의를 일으켰다.

시장 분석 기관인 모도 인텔리전스 (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세계의 휴머노이드의 시장 규모는 2024년에 2018년 추정 대비 약 8배가 넘는 33억달러(약 3,600억엔)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기술의 진보는 있다고 해도, 인간과 동일하게 반응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의 벽은 높다고 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를 놓고 무의식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과대한 기대감도 들기 쉽다.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 편은 2049년의 세계를 무대로 했다. 인간과 레프리칸트와의 경계선은 더욱 애매해지지만, 공존은 보통 수단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30년 후, 지금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휴머노이드에게 인간이 어떻게 마주해 나갈 것인가.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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