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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는 방법(1): 자신의 남은 수명을 알고 싶나요 -- ‘미래의 병’을 진단
  • 카테고리미래기술,전망/첨단산업
  • 기사일자 2019.9.4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0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09-10 21:16:17
  • 조회수547

단절(Disruption)을 넘어서, 미래를 읽는 방법 (1)
자신의 남은 수명을 알고 싶나요?
‘미래의 병’을 진단해 치료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 생을 맞이하도록 합시다”. 의사는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온화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태블릿에 표시된 전자 진료기록부에는 ‘한달 후의 생존율 33%’라는 컴퓨터에 의해 산출된 남은 수명이 기록되어 있었다. “앞으로는 더 이상 치료의 의미가 없다”. 환자는 회사 업무를 부하에게 인계했고 딸은 병동에서 소소한 결혼식을 올렸다---.

■ 생존 확률의 판단 정확도 80%
이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호스피스완화케어 전문가인 쓰쿠바(築波)대학의 하마노(浜野) 강사는 “자신의 임종 시기를 알고 있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하는 환자의 바램을 들어주고 싶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기술은 존재한다. 암이 진행되고 있는 환자 약 1,000명의 데이터를 조사해 혈액성분과 심박수 등 검사 수치의 패턴이 1주일~3개월 후의 생존 확률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을 하마노 강사 팀은 발견. 연구를 추진한 결과, 임종 시기를 예측하는 방정식을 찾아냈다. 매일매일의 검사 결과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만으로 건재하게 있을 수 있는 확률을 1주일 후의 경우 약 80%의 정확도로 판정할 수 있다.

컴퓨터 및 AI기술의 진보로 미래를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많은 예측 가운데 ‘자신이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라는 것은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다. 의료 관계자에 따르면 곧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의사는 남은 수명을 길게 이야기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유족들로부터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치료의 부담을 없애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지낼 수 있게 하고 싶었다”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치료를 계속할 것인지, 적극적인 치료를 배제한 완화케어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임종 시기를 예측하는 기술 연구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최근 20년 간 다양한 예측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환자의 진단 내용을 입력하면 남은 수명이 표시되는 의사용 사이트가 공개되고 있다고 한다.

미래에 대해 알고 싶다는 바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적이다. 고대 그리스 때에는 역병 유행과 전쟁에 대한 점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신전을 방문해 무녀가 전해주는 신의 계시에 귀를 기울였고, 그 예언의 대부분은 ‘운명’과 ‘숙명’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들에게 운명은 받아들이는 것이지 거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혁신이 디스럽션(창조적 파괴)을 일으키면서 미래를 알 수만 있다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인류는 긴 역사를 속에서 전염병 등을 극복,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는 최근 약 300년 간 평균수명은 약 40세에서 80세 이상까지 늘어났다. 수명을 다하는데 있어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 유전∙생활습관과 질병의 방정식 해명을 목표로
체육관 정도 크기의 어두운 공간에 은색 보관탱크가 빽빽하게 늘어서있다. 탱크는 성인이 양 팔로 감을 수 없을 정도의 둘레로 그 수는 20개 이상이다. 탱크의 뚜껑을 열자 차가운 냉기와 함께 냉동된 대량의 시험관이 보였다.

이곳은 도호쿠(東北)대학의 도호쿠메디컬메가뱅크기구(센다이 시). “지역의 15만명으로부터 DNA와 혈액, 소변 등을 제공 받아 보관하고 있다”라고 야마모토(山本) 기구장은 말한다. 다른 공간에서는 로봇팔이 커다란 진열대에서 시험관의 위치를 계속 옮기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일본인 8,000명 분의 게놈정보 해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곳 도호쿠메디컬메가뱅크기구에서 계속해서 수집되고 있는 것은 생체물질뿐만이 아니다. DNA와 혈액을 제공한 사람에게 평상시 무엇을 먹으면서 생활하고 있는지를 묻는 등, 생활습관을 자세하게 추적, 병원에 다닌 기록 및 건강 데이터도 수집한다. 참가자 중에는 조부모에서 손자까지 3대가 정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가족이나 모친의 배 안에 있을 때부터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5세 어린이도 있다. 미야기(宮城) 현 내의 12만명의 참가자 가운데 매년 2만명 이상의 정보가 갱신되고 있다.

어떤 유전정보를 가진 사람이 어떤 생활을 하면 어떤 병에 걸리게 되는지, 병의 징조는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등,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인류의 미래를 알아내려는 장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인체는 복잡하다. 2000년대 초반에 사람의 게놈이 해독되었지만, “특정 유전자의 이상만으로는 질병을 설명할 수는 없다. 또한 특정 유전자를 최첨단 기술로 수정해 병을 치료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도호쿠대학의 다미야(田宮) 교수). 생활습관과 환경도 우리 몸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호쿠메디칼메가뱅크기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 목표는 유전자정보 및 생활습관과 질병의 관계를 밝히는 연립방정식을 알아내 건강한 인생을 보내기 위한 철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병마를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닌, 먼저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등을 통해 투병생활과는 다른 인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데이터를 수집해 세대를 뛰어넘어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야머모토 기구장은 말한다.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쓰쿠바대학의 하마노 강사는 환자의 생존 확률을 수치로 계산한 후 고민에 빠졌다. “환자와 환자의 가족에게 결과를 솔직하게 말씀 드려야 할까? 그것을 알게 되어도 행복할 수 있을까?” 연구 성과는 나왔지만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고민한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생존 확률 자체는 환자나 가족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 최후까지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의료진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결코 삶을 서두르지 않고 지금을 중시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미병(未病)’을 진단해 치료 --
미래의 질병은 어디까지 예측할 수 있을까? 2천 수백 년 역사의 난제에 최신 과학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고대 의학서 ‘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上醫治未病, 中醫治欲病, 下醫治已病’. 대략적인 뜻은 ‘일류 의사는 병에 걸리지 않게 하고, 이류 의사는 병에 걸리려고 하는 사람을 치료한다. 삼류 의사는 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한다’. 일류 의사는 아직 병에 걸리지 않은 ‘미병’을 치료한다는 것이다. 건강과 질병의 중간에 미병이라는 상태가 있어, 이 시기에 몸의 이상을 본래대로 돌려 놓는다면 간단한 치료만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병인 상태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발병하게 된다. 그 때가 되면 치료에 시간이 걸려 중병이 되어 버린다.

미병이 나타나는 시기 예측에 데이터로 도전한 곳이 도쿄대학의 아이하라(合原) 교수와 도야마(富山)대학 팀이다. 지질대사 이상과 고혈압 등이 문제가 되는 메타볼릭 신드롬(Metabolic syndrome)에 걸리기 쉬운 특수 체질의 쥐를 사육해 혈액 성분 및 체중 등의 데이터를 어릴 때부터 수집했다. 메타볼릭 신드롬이 발생한 것은 8주 째였지만, 실제로는 5주 째 시점에서 유전자 데이터가 명백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건강한 몸은 여러 가지 데이터가 안정적이다. 하지만 발병하는 과정에서 유전자와 혈액 성분 등의 데이터가 변하기 시작한다. 각각 작은 변화이지만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안정적인 상태에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수학 이론을 구사해 상태의 변화를 산출할 수 있는 계산법을 고안했다. 이 방법이 확립된다면 생활습관병 등이 수십 년 간 몸에 스트레스를 가해 병들게 하기 시작하는 증후를 찾아낼 수 있게 된다. 간경변과 같은 질병을 발병 전에 ‘치료’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아이하라 교수에 따르면 질병으로 발전하기 전단계인 미병이라는 존재를 데이터로 증명한 연구 사례는 적어도 수학 분야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아이하라 교수는 “’미병을 진단해 치료한다’라는 발상이 확대된다면 질병 환자가 감소될 뿐만 아니라 치료약 개발 가능성도 커진다’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병을 치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치료약 후보물질이 미병의 경우 치료할 수 있는 ‘미병 치료약’으로서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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