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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세기, 세계가 실험실(2): ‘GAFA 끊기’ 실험 -- 대가는 생산성 1/3
  •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9.6.25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9-07-02 22:26:57
  • 조회수493

데이터의 세기: 세계가 실험실(2)
‘GAFA 끊기’ 실험
그 대가는 생산성 3분의 1로 


나(33)는 이바라키현 쓰쿠바역 앞을 땀을 흘리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취재 예정인 심포지엄 회장이 어딘지 모르기 때문이다. 역 지도에서는 남쪽으로 약 500m라고 알려준다. 그렇게 멀지 않을 텐데 회장 비슷한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시작 시간은 점점 다가온다. 항상 사용하던 ‘구글맵’을 사용하지 못했을 뿐인데 큰 곤경에 빠졌다.

‘GAFA(Google, Amazon.com, Facebook, Apple)’는 금융이나 자율주행 세계에서도 세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GAFA의 팽창을 경계하며 세계 각국은 규제를 하고 있지만 그들이 안겨주는 편리함을 과연 버릴 수 있을까?

-- 조사하는 데만 반나절 --
5월 중순부터 3주간 ‘GAFA 끊기’ 실험을 하였다. 실험은 스마트폰 전원을 끄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위치정보나 인터넷 검색 이력 등의 데이터를 GAFA에 넘기지 않기 위해 GAFA의 서비스나 제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생활해보자고 생각했다.

이번 취재 테마는 데이터 규제의 동향. 예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취재에 구글 검색을 이용할 수 없다. 도서관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인터넷에서는 간단하게 열람할 수 있는 해외의 최신 연구자료는 서가에 없었다. 수 개월 늦은 정보가 실린 전문잡지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 눈 깜짝할 새 반나절이 지나갔다. 선배 기자에게서 “미국 미시건 대학의 연구에서는 인터넷 검색은 도서관에 찾는 것 보다 3배 빠르고, 하나의 테마에 15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라는 말을 들었다.

-- ‘구구레카스’ --
인터넷 검색에 스마트폰, SNS에 인터넷 통신판매. GAFA가 생활이 침투한 것은 10년 정도 전이다. GAFA를 끊으면 생산성이 3분의 1로 떨어진다는 말인가?

취재처의 변호사에게는 준비 부족 때문에 혼났다. “그 정도는 조사해서 오세요”. ‘구구레카스’라는 인터넷 상의 속어가 떠오른다. ‘구구레카스’는 인터넷 검색으로 알 수 있는 것을 바로 옆 사람에게 물어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나는 완전한 열등생이 되어버렸다.

생산성을 희생해서까지 내 데이터를 지킬 가치가 있을까?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실험 3주차. 상사로부터 데이터 활용 선진국인 중국을 취재하라는 출장 명령을 받았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하나로 쇼핑이나 이동, 교통위반 벌금 지불까지 가능하다. 대신에 기업이나 국가가 개인의 데이터나 행동을 일거수일투족 파악하고 있다. 

“’편리함이야말로 정의’라는 사회에 만족하는가?” 상하이에서 물어 보았다. 회사원 A 씨(35)는 “알리고 싶지 않은 정보가 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중국식’이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생활도 일도 데이터가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방대한 데이터는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의 개발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인구는 14억 명. 그 데이터의 힘을 국가의 성장에 이용해 나갈 것이다.

3주일 동안의 ‘GAFA 끊기’는 ‘이 이상 지속하면 회사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로 업무에 지장이 많았다. GAFA와의 관계는 쉽게 끊을 수 없다. 데이터가 자신의 생산성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리고 친구까지 떠났다 --
자동응답기로 자꾸 넘어간다. 항상 취재에 응해주던 IT 벤처기업 사장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메일이나 SNS에는 반응이 좋았는데. 버림받은 것 같아서 슬펐다.

‘GAFA 끊기’ 실험을 진행하는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고독이 밀려왔다. 페이스북이나 LINE 등 SNS를 사용하지 않고, 주요 연락 수단은 ‘갈라파고스 휴대폰’로 한다. 그러자 주변이 ‘귀찮은 사람’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럴 때 기댈 수 있는 것은 친구다. 대학시절 동기를 오랜만에 한잔하자고 불렀다. 설마 하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나 친구들한테도 외면을 받았다. 15명에게 연락했는데 술자리에 나온 것은 2명뿐이었다.

휴대폰으로 연락했던 것이 치명적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은 “지금 시대에 휴대폰이라니. 본인인지 의심했다”라고 웃는다. 휴대폰 시절에 쌓은 우정인데도 말이다. 지금은 SNS의 틀을 벗어나면 신뢰가 흔들리고 만다.

사람과의 연대나 도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을 나타내는 ‘소셜 캐피털(사회관계자본)’이라는 말을 최근에 자주 듣는다. GAFA는 현대의 인간관계를 지탱하는 토대가 되었다.

페이스북은 6월에 리브라(Libra)라는 디지털 가상화폐를 통한 금융 서비스에 참여한다고 발표하였다. 사회의 필수 인프라로서의 성격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한편, GAFA 끊기로 좋았던 점도 있다. 집에서 아내와 둘이 있어도 스마트폰만 봤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내와의 대화가 전보다 늘었다. 도서관에서는 ‘GHQ분서(焚書)’라는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였다. 이는 구글 검색으로는 찾지 못할 발견이었다. 최근에 고민거리였던 심야의 두통도 사라졌다.

지금까지 가족의 단란함이나 건강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GAFA가 우리에게 주는 것과 빼앗아가는 것. 모두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어렵다. 점차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고민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실험 중에 방문한 중국에서는 모든 데이터가 관리된 사회시스템 아래서, 사람들은 “여기서 벗어나서는 살 수 없다”라며 저항을 포기하고 있었다. 일본은 그렇게까지 철저한 데이터 관리 사회는 아니다. ‘데이터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개인이 선택할 여지가 있다.

실험을 마치고 스마트폰이나 SNS를 사용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어플리케이션의 프라이버시 설정을 철저하게 하고, 때로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내와 대화를 하거나 도서관에서의 시간을 즐긴다. 누구에게 어디까지 ‘내 정보’를 건네줄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한다. 그 귀중함이야말로 실험의 성과였다. 그 힘들고 고독한 ‘GAFA 끊기’ 실험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

▶ GAFA 규제
국가를 위협하는 존재

데이터 과점을 강화하고 있는 GAFA 등 거대 IT기업에게 세계는 규제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초정보사회 속에서 GAFA를 제외한 생활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잘 조화를 이루는 모색도 시작되었다.

규제에서 앞서고 있는 곳은 유럽과 일본이다. 독점금지법이나 개인정보 보호규칙을 엄격하게 하여 견제한다. GAFA의 강력한 힘이 시장 경쟁을 흔들고, 이용자의 정보를 탈취하는 등 국가의 토대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

GAFA는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내고, 그 시장의 ‘권력자’로 군림한다. 구글은 이용자가 10억 명 이상인 서비스를 8개나 갖고 있다. 페이스북은 20억 명 이상이다.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이용자는 GAFA가 정하는 규칙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일본과 유럽 당국은 GAFA가 이렇게 개인에게도 ‘우월적인 지위’를 활용하고 있다고 의심하며 경계한다. 미국조차도 의회가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신중한 자세로 바뀌었다.

중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하여 산업 진흥에 활용하는 신흥국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감시사회와 맞닿아 있다. 편리함을 취할 것인가, 프라이버시를 우선할 것인가. 세계는 기로에 서 있다.

 -- (2)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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