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업뉴스요약

포스트 헤이세이, 새로운 일본을 향해 (하) : 격동하는 세계, 현실주의 접근
  • 카테고리비즈니스/ 기타
  • 기사일자 2017.12.4
  • 신문사 일본경제신문
  • 게재면 1면
  • 작성자hjtic
  • 날짜2017-12-12 09:38:53
  • 조회수537

포스트 헤이세이(平成), 새로운 일본을 향해 (하)
격동하는 세계, 현실주의로 접근
논설위원 오이시 이타루(大石 格)

헤이세이의 시작과 냉전의 종결이 궤를 같이 한 것은 우연이었지만, 미국에게 최대의 적이던 소련의 소멸은 세계 속 일본의 위치를 크게 변화시켰다. 헤이세이가 시작된 지 반년. 1989년 7월에 파리에서 열린 우노(宇野) 총리와 부시 대통령(아버지)의 일∙미 정상 회담은 사상 최단인 6분만에 종료되었다. 일본의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구조 협의를 시작한다는데 양국은 합의했다.

“회담은 이심전심으로 통했다”라고 정부 소식통은 설명했지만, 결국은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가 작성한 서류를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고 끝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일본을 새로운 위협이라고 경계하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반공의 기치를 잃어버린 자민당은 정상 회담 직후의 참의원 선거에서 역사적인 참패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회복하기까지 27년 간, 자민당은 참의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다.

‘보통의 나라’, ‘작지만 빛나는 나라’. 이 시기에 나가다초(永田町)에서 유행한 표어를 통해 급격하게 커진 자화상에 대한 당혹감을 짐작할 수 있다. 포스트 헤이세이 시대. 이전 반공과 일미동맹만을 주장하기만 하면 되었던 일본은 다극화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위치를 추구해나가야 할 것인가?

미국 우선주의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생은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국력이 쇠퇴한 미국이 고립적으로 변할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 중국의 대두는 시진핑 체제를 기반으로 패권주의적 성격이 강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북한과 같은 안보 보장의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

“일본도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중의원에 소선거 구제(區制)를 도입한 최대 이유는 돈이 들지 않는 선거를 실현하기 위해서이지만, 그 배경에는 이러한 계산도 있다. 정권 교체가 가능한 2대 정당이 절차탁마(切磋琢磨)하며 정치의 질을 높인다.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지금 우리 눈 앞에 있는 것은 거대 여당과 뿔뿔이 흩어진 야당이라는 일그러진 모습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정치가 충실하게 제 기능을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유럽의 우등생이라고 불리는 독일마저도 총선거로부터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정권의 틀이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성공한 구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메이지유신형(型) 비즈니스모델로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에 일본은 어떠한 정치를 해나가야 할 것인가? 이것이 포스트 헤이세이의 최대 과제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이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포퓰리즘의 파도에 아직 휩쓸리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조짐은 여기저기서 보여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와 격변하는 안보 환경 등, 내우외환의 일본이 갑자기 세계 속에서 대활약 할 수 있을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예측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철학자 롤스는 이렇게 말한다. 정치의 리더십에는 이상이나 캐치프레이즈에 좌우되지 않는 현실주의적 접근법이 요구된다. 꿈과 같은 이야기에 취해 나아갈 방향을 잘못 판단하는 이러한 실패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 연재 끝 --

목록